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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년에도 수차례 예비창업자 혹은 초기 스타트업의 BM을 평가하는 심사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한다. 이렇게 심사에 참여한 지도 거의 6년차가 되가는 것 같다.

 

이런 BM 심사는 보통 팀 당 5~7분 가량 발표시간과 5분 내외의 Q&A 시간이 주어진다. 심사위원은 대표의 발표를 경청하고 발표로도 해결되지 않은 BM에 대한 궁금증은 Q&A 시간에 질문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리고 발표 및 질의응답 내용을 종합하여 당일 참여한 10~30개 기업들의 점수와 순위를 매긴다.

 

5~6년 전에는 심사가 참 쉬웠다. 심사에 참여하는 팀들의 준비 수준이 천양지차였는데, 대부분 준비가 미흡한 수준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준비를 잘한 팀에 후한 점수를 주면 됐다. 여기서 말하는 준비 수준이란, 발표 슬라이드가 매력적인 것도 일부 있겠지만, 대부분 비즈니스 모델의 서사구조(Narrative)의 탄탄함 여부였다. 

 

지금은 일반적인 발표자료 스토리라인이지만, 그때 당시에는 '우리의 고객이 명확하게 누구고, 그 고객이 현재 겪고 있는 문제 혹은 니즈가 무엇이고, 이를 우리가 이렇게 해결할 수 있고, 우리의 시장 크기 및 성장 계획은 이렇다'라고 깔끔하게 정리해서 발표하는 팀이 거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발표만 듣고, 고객-고객문제와 아이템 간 궁합에 대해 공감할 수 있도록 준비하면 후한 평가를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다들 비즈니스 모델의 서사구조를 탄탄하게 준비해온다. 거의 대부분 고객을 앞에 두고, 고객의 문제가 얼마나 큰 지, 그리고 그 문제에 대해서 우리 아이템이 얼마나 특효약인지, 그리고 우리가 목표로 하는 시장, 성장계획에 대해 설득력있게 얘기한다. 

 

소위 말해서 일단 비즈니스가 다 '말은 된다'는 느낌을 받는다. 10개팀이면 8~9개팀이 '말이 안 되지 않은' BM을 얘기하면서 나는 이런 생각이 든다.

 

'과연 저게 정말일까?'

 

여기서 말하는 '저게'는 목표고객군, 고객의 과업(불편함 또는 니즈), 아이템의 경쟁우위, 시장 기회로써 시장 규모, 유통채널 등을 의미한다.

 

이제는 사업에 대한 논리적인 이야기만으로 BM의 좋고 나쁨을 판단하기 힘들어졌다. 그래서 다른 부분을 보기 시작했다. 바로, '대표자의 이런 주장/논리 중에 얼마나 많은 부분이 사실로 판단할 수 있는가? 그 근거는 무엇인가?'이다. 

 

그럼 예비창업자, 혹은 초기 스타트업이 제삼의 이해관계자에 대해 비즈니스의 타당성을 설득하기 위해 챙겨야 할 '근거'가 무엇일까?

 

최소한 나는 예비창업자 혹은 초기 스타트업의 BM에서 근거로 보고/듣고 싶은 내용이 고객개발(Customer Development)와 관련된 부분이다.

 

 - 정말 고객이 존재하는가?

 - 고객이 정말 그 문제를 가장 고통스러워하는가? 

 - 우리 사업아이템이 고객의 문제 해결책으로 인정받고 사용될 수 있는가?

 - 우리가 제대로 론칭한 상품을 홍보하고 팔 수 있는 확실한 유통 채널을 검증했는가?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준비하는 방법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한 책이 바로 구글 최고의 혁신 전문가 알베르토 사보이아가 쓴 책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영문명 : The Right It)>이다.

 

뭔가 섬광같이 창업하기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 당신, 무작정 법인 설립하거나 정부지원사업에 도전하지 말고, 일단 이 책을 읽고, 이 책에서 제시한 '나만의 데이터'를 획득해 내 아이디어가 진짜 '될 놈'인지를 검증하는 것으로 시작하기를 권한다.

 

일단 우리가 알아야 할 사실은 '대부분의 신제품은 실패한다'는 사실이다. '나는 예외겠지'가 통하지 않는다. 내가 창업해도 10의 9은 실패한다. 유능하게 실행해도 소용없다.

 

 

새로운 제품 대부분 실패한다. 3,000개 아이디어 중 성공하는 아이디어는 오직 하나다! (출처 : https://www.pinterest.ie/pin/64950419596038188/)

 

왜냐하면 신제품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여러 핵심요인에 의해 좌우되는데, 이 중 하나라면 삐끗하면 거의 실패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만든 첫 번째 아이템이 바로 성공할 것이라는 낙관을 버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책에서는 신제품의 실패에 관한 주요 패턴 3가지를 설명한다. 모든 실패는 이 3가지 원인 중 1개 이상이라는 것이다.

1) 출시 실패 : 신제품이 시장에서 잠재 고객들의 선택을 받지 못해서 실패 (마케팅의 실패)

2) 운영 실패 : 신제품의 고객이 요구하는 수준의 효익을 제공하지 못해서 실패 (상품 완성도 미달 또는 경쟁의 실패)

3) 전제부터 잘못 : 그냥 사람들이 아이디어에 관심을 갖지 않아서 실패 (고객 니즈 파악의 실패)

 

아무리 유능하게 실행해도 실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제대로 만들기 전에 내 아이템이 '될 놈'인지 검증하는 것이 먼저다.

 

책에서 정의하는 '될 놈(Right it)'은 다음과 같다.

 

"유능하게 실행할 경우 시장에서 성공할 신제품"

 

그럼 될 놈을 먼저 찾아야 하는데 이렇게 하기 위한 기본적인 마인드셋은 일단 생각에만 빠져있지 말고(책에서는 이를 소위 '생각랜드'에 빠져있다고 표현) '나만의 데이터'를 모아서 될 놈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럼 '될 놈'을 찾기 위한 전반적인 프로세스는 무엇일까?

 

1. 아이디어를 먼저 명확하게 정의한다.

아이디어를 남에게 설명하고 테스트하려면 우선 내가 하고자 하는 아이디어를 모호한 게 아니라 명확하게 정의하는 것으로 출발해야 한다. 대부분 예비창업자나 법인까지 설립한 초기 스타트업 중에 이 부분이 부족한 경우가 상당히 많을 정도로 가장 기본이지만 그만큼 다들 못(안) 지키고 있는 부분이다.

 

2. 아이디어를 검증할 수 있는 수준의 구체적인 가설로 정의한다.

아이디어를 명확하게 정의했으면, 이에 대한 기본적인 가설/가정을 정의해야 한다. 책에서는 이를 '시장 호응 가설(Market Engagement Hypothesis)'라고 정의한다. 시장 호응 가설은 크게 아이디어에 대한 기본 전제 및 이에 대한 시장 호응 관한 우리의 기대로 구성된다.

 

여기서 더 나아가 우리의 시장 호응 가설을 테스트할 수 있도록 숫자가 포함된 '검증 가능한 가설'로 변환해야 한다. 이에 대한 도구로 책에서는 'XYZ 가설'을 제시한다. 나의 추상적 혹은 정성적인 가설을 XYZ 가설로 치환하는 것이다.

 

XYZ 가설 = "적어도 X퍼센트의 Y는 Z할 것이다"

X : 표적 시장 중 몇 퍼센트를 차지할 수 있을까?

Y : 우리의 표적 시장은 무엇인가?

Z : 표적 시장은 우리 상품에 대해 어떤식으로 얼마만큼 호응할까?

 

3. 구체적인 가설의 범위를 대폭 축소한다.

가설을 테스트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정의했지만, 여전히 우리의 가설의 범위가 넓다. 특히 표적시장의 범위가 너무 넓다. 그렇기 때문에 가설을 좁혀서 '지금 당장 실행 가능하고 검증한' 가설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책에서는 가설의 범위를 축소하는 도구로 'xyz 가설'을 얘기한다. 가설을 좁히는데 키포인트는 Y, 즉 표적 시장이다. 표적 시장의 범위를 우리가 접근가능한 범위로 좁힌다 (Y -> y)

 

4. 가설이 참인지 거짓인지 '프리토타입'을 활용하여 최대한 쉽고, 빠르고, 싸게 '나만의 데이터'를 확보한다.

책에서는 프로토타입보다 더 날 것의 수준인 '프리토타입(Pretotype)'을 만들어서 얼른 xyz 가설을 검증해야 한다고 한다. 

 

프리토타입의 목적은 '내가 이걸 진짜 사용할까?', '언제 어떻게 얼마나 사용할까?', '사람들이 내 아이디어에 대해 돈을 지불할까?' 등의 사업에 대한 내 '전제'가 참인지 거짓인지 검증하는 목적이다.

 

대표적인 프리토타입 예는 과거 IBM이 음성인식 기술에 대한 인터페이스 구현 사례를 들 수 있다.

 

IBM 음성인식 기술 프리토타입 사례 : 사람이 얘기하는 것에 대해 즉각 타이핑하는 UI 구현

 

 

 

IBM 음성인식 기술 프리토타입 사례 : 실제로는 타이피스트가 음성을 듣고 곧바로 타이핑함으로써 '음성 인식 기능이 작동하는 것처럼' 음성을 모니터 화면에 표시 

 

책에서는 여러가지 프리토타입 도구를 설명하고 있다. 다양한 프리토타입 도구 중 하나를 선택하는 기준은 아이디어에 대한 나의 가설을 얼마나 쉽고, 빠르고, 싸게 검증할 수 있는지다. 

 

5. '나만의 데이터'로 될 놈인지 아닌지 판단한다.

직접 구현한 프리토타입을 통해 내가 직접 획득한 나만의 데이터를 기반로 내 아이디어가 될 놈인지 판단한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잠재 고객으로부터 획득한 데이터가 만약 고객 입장에서 아무런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다면, 실상 이 데이터는 의미가 없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말하는 '비용'이란 실제 잠재 고객이 돈을 지불했다면 베스트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고객이 지불한 관심이나 참여 등도 해당한다. 내 아이디어에 대해 더 듣기 위해 시간을 더 쓰거나 내 연락처(전화번호, 이메일 등)를 기꺼이 제공하는 것도 비용을 지불했다고 볼 수 있다. 만약 고객이 아무런 비용을 지불하지 않은 채 아이디어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실상 아무 리스크를 지지 않았기 때문에 별다른 고민없이 얘기할 것이다. 그리고 이 데이터는 실상 가치가 없다.

 

저자는 책에서 하나의 아이디어에 대해 3~5번의 테스트를 하는게 필요하다고 한다. 그리고 아이디어1로 시작하지만, 계속 수정/보완/변경하면서 데이터가 가설의 예측을 크게 상회하는 될 놈 확률이 매우 높다(Very Likely)는 판단이 서면 그 때부터 신제품 출시를 추진하면 된다고 한다.

 

 

'될놈척도(Likelihood of Success)' (출처 : Alberto Savoia)

 

여기까지 책에 대한 대략적인 큰 흐름을 설명했다. 구체적인 실천방안은 책을 참조하면 될 것 같다.

 

위의 1~5번 과정을 통해 내 아이디어가 '될 놈' 가능성의 90% 이상 확신하는 데에 대한 '나만의 데이터'를 정리한다면, 그것이 내가 위에 가졌던 질문인 '과연 저게 정말일까?'에 대한 답이 될 것이다.

 

이제 내 비즈니스 모델의 서사구조는 기본이다. 서사구조를 갖췄다면 보다 매력적인 BM을 책상에 앉아서 고민하기 보다는 내 비즈니스 모델의 서사에 일단 동의하지만, '그게 사실일까?'라는 의문점에 대해 충분히 답이 될 수 있는 나만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내 아이디어가 '될 놈'임을 입증하기 위해 발로 뛰어야 한다.

 

어떻게 발로 뛰어야 할 지는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에서 잘 알려줄 것이다.

 

 

- 끝 -

린스프린트 김정수 대표 / jskim@leansprin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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