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놓친 걸까> 마케팅에 대한 관점 전환에 영감을 주다
'마케팅'을 한다고 하면, 고객의 심리를 나는 종종 인터넷 서점에서 출간한 신간 목록을 쭉 훑으며 뭔가 읽고 싶은 느낌이 드는 책을 구매한다. 이 책도 신간 코너를 훑는데 부제("사람 심리에만 집착하고 뇌과학 따위는 무시할 때 마케팅이 놓치는 것들)가 내 이목을 사로잡아서 구매하게 됐다.
'(사람의) 마음이 아니라 뇌가 좋아하는 것을 포착하라.'
'어떻게 하면 심리가 아니라 뇌과학에 근거하여 마케터가 원하는 방향으로 소비자들이 선택하게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의 충분한 답을 얻을 수 있겠다는 기대로 책을 읽었다.
미리 말하자면, 책의 초반부는 조금 지루할 수 있다. 특히 미디어 광고 관련 업무에 종사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여러 가지 예시가 눈에 들어오지 않을 수 있다. 나 또한 초반부는 읽다 말다 읽다 말다 이런 식으로 크게 집중하지 않고 책을 읽었다. 그런데 신기한 게 1 회독했을 때 놓쳤던 인사이트들을 2 회독 때 발굴하면서 소위 책 값의 10배는 뽑은 기분을 받았다.
책에 대해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잠재고객이 구매의사결정을 하는데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요소가 고객 본인도 인지하지 못하는 우리 뇌 속 시스템이 특정 신호 반응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그 신호에 대한 내용을 책에서 소개하겠다"이다.
고도로 설계된 고객 심리 요인이 아니라 무의식으로 받아들이는 신호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의 전환만으로도 독서가 의미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울러 책 자체는 비전공자가 읽기에는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다(저는 어려웠습니다.. ㅠㅠ). 그래서 저는 책을 2 회독 하면서 책의 핵심내용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을 메모했는데, 그 중 일부분을 발췌해서 저는 어떤 인사이트를 얻었고, 혹시 책을 보게 되면 얻기를 기대할 수 있는 내용에 대해서 간단하게 본 포스팅을 통해 정리하고자 한다.
책의 서두에서 책이 전반적으로 다루는 주제에 근간이 되는 프레임워크를 설명한다. 이는 바로 행동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이 제시한 인간의 뇌 속에서 정보를 인식하고 처리하는 2가지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다.
이 2가지 시스템은 각각 '시스템 1(자동 조종 장치)', '시스템 2(조종사)'로 부르는데, 시스템 1은 지각과 직관을 통합하고, 시스템 2는 숙고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시스템 1에서는 생각할 틈도 없이 자동적으로 신속하게 반응을 하는 반면, 시스템 2에서는 사색적 사고를 바탕으로 분석하고 숙고하여 의사결정을 내린다. 상황발생에서 반응까지 시간을 많이 소요되기에 시스템 1에 비해 시스템 2는 에너지를 많이 소비한다.
하루에도 의사결정을 수십 수백가지를 해야하는 인간이기에 모든 상황에서 뇌 속의 시스템 2가 작동한다면 소비되는 에너지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뇌는 생각을 위해서가 아니라 빠르고 자동화된 행동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시스템 1은 위험한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생각할 틈도 없이 재빨리 도망가는 것과 같은 본능적 의사결정에서부터 특정 전문가가 자신의 전문적인 영역에서 바로 반응을 하는 것도 관장한다. 예를 들어 책에서는 심장병 전문의가 심전도 기록을 보고 바로 해석한다든지, 체스 고수가 다음번 수를 결정한다든지 등의 고도로 숙련된 정신활동들도 시스템 1에 기초한다는 것이다.
마케팅 영역으로 넘어와서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브랜드는 우리 머릿속 시스템 1에서 처리된다. 우리는 보통 고민이나 생각할 필요 없이 자동적으로 선호하는 브랜드의 제품을 구매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선호도가 낮은 약한 브랜드는 시스템 2를 작동시킨다. 브랜드를 모르거나 선호도가 높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재빠르게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생각을 해본 후 결정한다는 얘기다.
인간의 정보 처리량 기준으로 시스템1과 시스템2는 큰 차이를 보인다. 책에 의하면 자동적으로 정보를 처리하고 반응하는 시스템 1의 정보 처리 능력은 1초에 1,100만 비트의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인데 반해, 시스템 2의 정보 처리 능력은 1초에 40~50비트 정도 된다고 한다. 그런데 사람이 대부분 광고 매체와 접촉하는 시간은 매우 짧다. 잡지광고, 배너광고, 포스터 광고 등 하나의 광고 매체와 접촉하는 시간은 대개 1~3초이다.
이 사실은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수립함에 있어 숙고를 요하는 시스템 2를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사람의 머릿 속에 깔려서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시스템 1, 즉 자동 조종 장치를 고려해야 한다는 인사이트를 준다.
고객이 의사결정을 할 때 가장 영향을 주는 것이 '프레이밍 효과'다. 이는 각 고객의 마음 속에 자리 잡힌 프레임대로 메시지를 해석하고 의사결정을 한다는 것이다. 책에서는 스타벅스와 일반 인스턴트 커피 브랜드를 예를 들어 스타벅스는 고객 마음 속에서 '편안한 휴식'이라는 메시지가 자리잡았고, 인스턴트 커피는 '간편하게 먹는 커피'로 인식하기에 일반 커피보다 3배나 더 비싼 스타벅스에 고객들이 기꺼이 돈을 지불한다는 점이다.
프레이밍 효과는 결국 브랜드 영향력으로 연결되는데, 이에 대한 내용을 또 설명하려면 내용이 상당하기에 넘어가도록 하겠다.
고객이 제품/서비스를 구매하는데는 동기가 작용하는데 동기는 크게 2가지로 나뉜다. 외현적인 동기와 내재적인 동기가 바로 그것이다. 외현적인 동기는 표면적인 동기로 예를 들어 세탁세제를 구매하는 이유로 '옷을 깨끗하게 세탁하기'가 바로 외현적인 동기라 할 수 있다. 반면 내재적인 동기는 마음 속 깊이 내재되어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동기로 작용되는 동기인데 일례로 손을 씻더라도 뭔가 거짓말을 한 사람이 '거짓말했다는 죄책감에서의 해방'이라는 내재적 동기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손을 좀 더 빡빡, 그리고 오래 닦는다는 얘기다.
통상 마케터들이 외현적인 동기에 비해 내재적인 동기를 과소평가하는데 사실은 내재적인 동기가 굉장히 중요하고 이를 고려하여 마케팅이나 브랜딩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면, 내재적인 동기는 뇌 속 시스템 1, 2 중 시스템 1이 관장하는 영역인데, 시스템 1이 의사결정 처리하는 양이 시스템 2 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의사결정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끼친다고 할 수 있다.
그럼 고객은 어떤 브랜드를 선택할까?
보통 순가치가 높을 때 해당 브랜드를 선택한다. 여기서 말하는 순가치란 '보상 - 고통' 값으로 보상보다 고통이 크면 순가치가 플러스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의 선택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보상을 극대화하고, 고통을 줄이는 브랜드 메시지를 제공해야 한다.
제품의 가치를 높게 인지하게 하는 2가지 방법은 '이익 프레임'과 '비손실 프레임'이 있는데, 이익 프레임은 받을 수 있는 보상에 대한 이야기로 이를 증가시킬 수록 고객들은 해당 제품의 가치를 높게 인지한다.
반면, 비손실 프레임은 무언가 잃거나 빠뜨리지 않는 것, 즉 고통에 대한 이야기로 이를 경감시킬 수록 고객들은 해당 제품의 가치를 높게 인지한다. 여기서 고통은 크게 3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돈'이고, 두 번째는 '(대기)시간'이다. 그리고 마지막 고통은 해당 브랜드를 선택하고 이용하는데 들어가는 '노력(행동비용)'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브랜드의 가치를 어떻게 계산할까? 그냥 각 요소별 절대값을 계산하여 더함으로써 해당 브랜드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하나의 제품/서비스/브랜드 그 자체에 대해 가치를 평가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어떤 대상의 가치를 언제 어떻게 평가하냐면 특정한 상황적 맥락에서 제시되는 대상 외의 선택권(예 : 경쟁재, 대체재)과 '비교'를 통해 가치를 평가한다.
예를 들어 코카콜라 캔 그 자체에 대해 '100점 만점에 70점이야' 처럼 가치를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펩시나 815보다 코카콜라가 더 시원하고 맛있는 것 같아'처럼 특정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대안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가치를 측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비교할 만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가치 판단은 의미가 없다. 많은 마케터들이 본인들이 출시한 혹은 출시할 제품 그 자체에 대해 설문이나 구매 의향, 가치판단 등을 설문하는 경우가 있는데, 위에 따르면 이런 설문에 따른 결과는 마케팅 전략 수립에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무언가 마케팅을 하려면 먼저 우리의 목표고객이 우리 제품/서비스를 선택하기 전에 놓인 '상황적 맥락'을 먼저 이해하고 고려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브랜딩의 목적은 단순히 최고의 브랜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상황'에 관한 최고의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고객들의 상황적 맥락에서 최적의 선택지로 인식될 마케팅 메시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고객들의 구매 결정 과정을 완벽하게 이해해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그들이 무슨 목적으로 상품과 브랜드를 구입하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이는 결국 고객이 상품이나 브랜드를 구매하는 동기와 연결하는데, 이떄 포인트는 고객들은 여러 선택지 중 '목표 가치'가 높은 것이 해당 동기를 해결하는 솔루션으로 선택된다는 것이다.
목표 가치는 어떤 서비스가 사람들이 원하는 유효한 목표와 관련성이 많을수록 기대되는 보상이 더 높아지고 지불의사 또한 높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목표는 고객이 해결해야 하는 과업을 의미하고, 기대는 완벽히 과업이 해결됐을 때 기대되는 상황으로 이해하면 된다. 이는 결국 고객과업이론(Job to be done)과는 어느정도 일맥상통한 이야기다.
그럼 사람들에게 동기로 작용하는 요소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하는데, 책에 따르면 뇌에서 동기 부여하는 2가지 요소는 '향상'과 '예방'이라고 한다. 향상은 접근, 전진, 오르기, 이익 등과 같은 것들을 의미하고, 예방은 회피, 보호, 손실 기피 등을 의미한다.
여기에다가 Big 3 동기시스템이 있는데, 이는 '안전보장', '주체성', '흥분'이다. 여기서 '주체성'은 타인보다 우월해지고 싶은 욕구로 이해하면 된다.
결국 위의 동기 요소와 시스템을 종합하면, 인간의 내재적인 목표에 대해 체계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영역을 6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주체성 : 자부심, 성공, 권력, 우월함, 인정
2) 모험 : 자유, 용기, 저항, 발견, 위험
3) 흥분 : 활력, 재미, 호기심, 창의력, 변화
4) 즐거움 : 휴식, 근심 없음, 솔직함, 기쁨
5) 안전 : 보살핌, 신뢰, 친말감, 따뜻함
6) 규율 : 정확성, 질서, 논리, 이성
사람들은 특정 상품으로 성취하려는 목표가 다르다. 그리고 목표는 누구나 쉽게 인지할 수 있는 외현적 목표도 중요하지만, 인간 기저에 깔려서 자동으로 반응하는 '시스템 1 : 자동 조종 장치'가 주로 관장하는 내재적 목표도 중요하다. 진정한 차별화는 외현적 목표 해결이 아니라 고객의 내재적 목표를 가장 적절하게 해결해주는 것으로 이룰 수 있다.
단순히 우리 제품이 해결하고자 하는 고객의 과업이 외현적인 목표(기능적 목표 대다수)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내재적인 목표도 고려해야 하고, 이에 대한 완벽한 해결안이 우리 '상품/브랜드'이라는 메시지를 인간의 시스템 1(자동 조종 장치)가 인식할 수 있는 신호 형태로 바꿔 전달할 수 있다면 마케팅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인사이트를 얻는 것이 이 책을 읽고 삶에 적용하는 시작점이라 할 수 있겠다.
본 포스팅의 제목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읽었다가 마케팅에 대한 관점 변화에 영감을 얻게 해준 책이라 할 수 있겠다. 마케터 뿐만 아니라 뭔가 사람들과의 삶 속에서 개선을 가져가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읽어 볼 만한 책이라 할 수 있겠다.
- 끝 -
린스프린트 김정수 대표 / jskim@leansprin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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