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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Powers) 왜 초기 스타트업의 경쟁우위로 '브랜드(Brand)'를 어필할 수 없는가?

2024. 6. 12. 16:22

2024년도 이제 절반이 다 지나가고 있는 가운데 2024년 올 한 해 기억에 남는 책 한 권을 꼽으라면 2년 만에 다시 완독한 해밀턴 헬머의 <세븐 파워>를 꼽고 싶다. '실리콘밸리 최고의 비밀로 여겨지던 전략 프레임워크!'라는 다소 도발적인 문구로 시작하지만, 실제 책을 읽고 나면 실로 많은 영감을 주는 전략 프레임워크임을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세븐 파워> 도서 정보 :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12343952

개인적으로 이 책을 통해서 스타트업이 추구해야 할 경쟁우위, 핵심 역량(파워)을 정의하고 이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에 많은 영감을 얻었다. 다만 책에서 다루는 전반적 내용과 주요 사례가 이제 막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스타트업보다는 대기업/유니콘에 맞춰줘 있다 보니 내용 그대로를 초기 창업자가 비즈니스 모델 설계/진단, 전략 수립, IR 준비에 적용하기에 난해함이 존재한다. 

그래서 4~5개 포스팅으로 나눠서 해밀턴 헬머의 <세븐 파워>를 초기 스타트업을 창업한 창업자에게 필요한 내용 중심 요약, 그리고 초기 창업자에게 주는 전략적 인사이트 중심으로 정리 및 나만의 생각을 덧붙여보려고 한다.

먼저 '세븐 파워(7 Powers)'에 대해서 아주 간단하게 정리해보고자 한다. 비즈니스의 목적은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그리고 경쟁상황에서 경쟁자보다 초과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비즈니스와 관련한 파워(힘)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우리만 배타적으로 갖고 쓸 수 있는 파워가 1~2개만 있어도 시장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이런 초과 수익 창출을 도와주는 파워는 크게 7개가 있으며,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다.

  1. 규모의 경제(Scale Economies) : 생산량이 증가함에 따라 단위 비용이 감소
  2. 네트워크 경제(Network Economies) : 사용자 기반이 늘어남에 따라 고객이 증가하여 가치가 실현
  3. 카운터 포지셔닝(Counter Positioning) : 기존 기업이 자신의 기존 사업에 피해가 갈 것으로 예상하여 모방하지 않는 새롭고 우수한 비즈니스 모델을 신규 기업이 도입하는 것
  4. 전환 비용(Switching Costs) : 추가 구매를 위해 대체 공급자로 전환할 때, 고객이 예상하는 가치 손실
  5. 브랜딩(Branding) : 판매자에 대한 역사적 정보에 근거하여 객관적으로 동일한 상품에 지속적으로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현상
  6. 독점 자원(Cornered Resource) : 독립적으로 가치를 향상시킬 수 있으며 누구나 탐내는 자산에 매력적인 조건으로 먼저 접근할 수 있는 기회 
  7. 프로세스 파워(Process Power)  : 비용을 낮추거나 우수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하는, 기업에 내재된 조직과 활동 단위

그리고 파워를 중심으로 획득한 파워를 오랫동안 유지하며 초과 수익을 창출하는 전략을 '전략의 정역학'이라고 하고, 이런 파워를 획득하기 위한 전략을 '전략의 동역학'이라고 한다. 전략의 정역학/동역학 프레임워크는 추후 후속 포스팅으로 정리할 예정이며, 여기서는 '비즈니스 경쟁력을 확보하고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7개 파워 중 1~2개를 확실히 갖고 있어야 한다' 정도만 이해하면 된다.

오늘 포스팅에서는 7가지 파워 중 '브랜딩(Branding)'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브랜딩, 브랜드 파워를 한 마디로 설명하자면, 어떻게 획득하고 경쟁력에 구체적으로 어떤 기여를 하는지 가장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일단 확보해 고객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면 강력한 효용을 가져다주는 파워라고 할 수 있겠다.

1. 파워 개념 정리 

비즈니스 모델을 보다 강력하게 만들어주는 파워로써 브랜딩은 다음과 같이 요약/정리해볼 수 있다(<세븐 파워> 참조).

  • 정의 : 판매자에 대한 역사적 정보에 근거하여 객관적으로 동일한 상품에 지속적으로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현상  
  • 이득(Benefit) : 다음 2가지 이유로 더 높은 가격을 책정할 수 있음
    • 정서적 유발성 : 브랜드와의 유대는 제품의 객관적 가치와 별개로 제품에 대한 좋은 감정을 이끌어냄
    • 불확실성 감소 : 소비자는 브랜드 제품이 자신의 기대대로일 것임을 확신하며 ‘마음의 평화’를 얻음
  • 장벽(Barrier) : 강력한 브랜드는 오랜 기간 지속적인 강화 조치를 통해서만 구축될 수 있으며, 바로 이 점이 장벽으로 작용함 
  • 산업 경제구조와 경쟁 지위
    • 산업 경제구조 : 브랜딩 효과의 지속성과 잠재적 중요도
    • 경쟁 지위 : 브랜드 투자의 지속기간

첫 포스팅이기 때문에 주요 요소에 대해 설명하자면, 이득은 파워를 가지고 있는 플레이어가 그렇지 못한 플레이어보다 더 많은 가격을 책정하거나 비용 절감하는데 효용을 주는 이득이다. 장벽은 기존 경쟁자 혹은 잠재 신규 경쟁자가 쉽사리 따라 하지 못하거나 해당 파워 확보하는 것을 지레 포기하게 만드는 장애물로 대개 파워를 새로 획득하는데 소요되는 노력/비용 대비 추가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적은 상황이 장애물로 작동한다.

산업 경제구조와 경쟁 지위는 해당 파워가 작동하는 조건에 대한 얘기다. 산업 경제구조는 플레이어의 목표 시장 또는 산업의 어떤 구조적 특성이 파워를 존재하고 작동하게 하는지에 대한 것으로 플레이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다. 예를 들어 '규모의 경제'가 파워로써 작동하는 시장은 고정비 중심의 경제 구조를 지니고 있다. 경쟁 지위는 파워 여부, 그리고 그 강도를 측정하는 상대적 기준이다. 예를 들어 '규모의 경제'의 경쟁 지위는 경쟁 기업과의 상대적 규모로 나타낸다.

2. 파워의 활용

경쟁사 대비 당사만 활용할 수 있는 파워로써 브랜딩을 갖고 있다는 것은 우리 브랜드가 기존 고객 또는 잠재 고객으로 하여금 긍정적 감정을 이끌어내는 '정서적 유발성'과 제품에 대해 고객 신뢰를 갖고 있어 고객에게 '불확실성 감소'라는 신호를 줄 수 있는 상태이고 이를 계속 유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브랜드의 가장 큰 파워는 제품의 기능, 스펙, 디자인에는 큰 차이가 없지만 브랜드 유무로 매길 수 있는 가격의 천양지차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명품 시계 브랜드 롤렉스(ROLEX)와 일반 시계 브랜드 카시오(CASIO) 모두 유사한 디자인의 다이버 시계를 제조/판매하고 있지만, 리테일가는 100배 넘게 차이가 난다(약 10만 원 vs. 1541만 원). 

시계 브랜드에 대해 문외한인 경우에는 '같은 시계를 왜 100배 더 비싼 가격을 주고 사?'라고 할 수 있겠지만, 시계 브랜드에 이해가 있는 고객은 그 차이를 인지하고 기꺼이 100배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자 한다(물론 아이러니하게 1541만 원짜리 시계를 사고 싶다고 살 수 있는 게 아니다. 백화점 매장에 가도 시계가 없어 헛걸음하기 일쑤다. 그래서 동일 모델이 리셀 플랫폼에서는 2000만 원 훨씬 넘는 가격으로 거래된다).

아울러 브랜드는 그 자체만으로 고객으로 하여금 제품/서비스 품질에 대한 일정 기대값(Expected Outcome)을 제공한다. 그래서 고객의 성향이 불확실성을 피하고자 한다면, 그 자체로 브랜드 제품/서비스를 선택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게 된다.

 

3. 파워의 확보

7개 파워 모두 마찬가지지만 특히 브랜드 파워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브랜드 투자가 필요하다. 브랜딩은 기업이 장기간에 걸쳐 독창적인 선택을 일관되게 유지함으로써 고객의 마음에 제품의 객관적 특성을 넘어 친밀감이 조성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책의 저자는 브랜딩이 장벽으로써 작용하는 이유는 ' 강력한 브랜드는 오랜 기간 지속적인 강화 조치(이력현상*)를 통해서만 구축될 수 있으며, 바로 이 점이 장벽으로 작용한다'라고 설명한다.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개념이 '이력현상'이다. 쉽게 말해서 이력현상이란, 한 번 형성된 후에 다시 되돌아갈 수 없는 현상이라고 보면 된다. 브랜드를 구축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일단 구축하고 나면 큰 이슈가 없는 한 브랜드 파워가 계속 유지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브랜드를 구축하고 유지하기가 어렵다. 단순히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간다는 점 외에도 하기와 같은 브랜딩이 어려운 이유들이 존재한다

  • 브랜드 희석 : 브랜드 이미지에서 벗어나거나 브랜드 이미지를 저해하는 제품을 내놓아 브랜드 약화시키는 것
  • 위조 : 브랜딩 파워는 제품이 아닌 상표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위조 업체들이 상표를 위조함으로써 브랜딩 파워에 무임승차할 수 있음
  • 소비자 선호 변화 :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소비자 선호가 브랜드 가치를 약화시키는 방식으로 달라질 수도 있음
  • 지리적 경계 : 정서적 유발성은 한 지역에서만 적용될 수도 있음
  • 협소한 개념 : 브랜드 인지도가 높다고해서 브랜드 파워가 높은 것은 아님
  • 비배타성 : 우리가 브랜드 파워를 갖고 있다고 해서 경쟁자가 브랜드 파워를 못 갖는 것은 아니다. 시장 내에 우리 말고도 수많은 경쟁자들이 각자의 브랜드 파워를 지닐 수 있음

아울러 브랜딩을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은 특정 유형의 제품에만 국한된다. 브랜딩이 향후 파워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제품이 다음 2가지 특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 중요도 : 최종적으로 상당한 가격 프리미엄을 인정받을 가능성
  • 지속기간 : 중요를 얻을 수 있을 만큼 오랜 기간 → 유행을 타는 상품은 브랜드 파워를 갖추기 어려움

4. 초기 창업자를 위한 전략적 인사이트

세븐 파워에서 첫 번째로 소개하는 브랜딩이 초기 창업자에게 주는 인사이트는 무엇일까?

개인적으로 7가지 파워 중 브랜딩이 초기 창업자에게 주는 인사이트는 바로 '초기 스타트업의 경쟁 우위, 강점으로 브랜딩을 내세울 수 없다'는 점이다. 종종 초기 스타트업 IR 자료를 살펴보면 '브랜딩'을 현재 팀이 지니고 있는 강점이자 역량으로 내세우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정서적 이미지가 구매의사결정을 좌지우지하는 제품/서비스 영역의 스타트업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하지만 브랜딩, 브랜드 파워란 기업이 오랜 기간 동안 꾸준히 일관되게 특정 가치를 강조한 결과로써 고객들의 마음속에 긍정적 유대감을 형성해야 비로소 작동할 수 있는 파워다. 업력이 길지 않은 스타트업 또는 이제 막 시작하는 스타트업 입장에서 고객에 대해 긍정적 정서를 유발하는 브랜드를 갖고 있는다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

대부분 브랜딩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IR피칭덱에서 브랜딩의 역할을 보면 기존 경쟁재/대안재 대비 디자인적 특성을 갖고 고객에게 좀 더 잘 식별될 가능성을 갖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다. 처음 한 두 번은 다른 제품 대비 달리 보이는 특성으로 선택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차라리 브랜딩을 역량으로 내세울 것이 아니라 다른 제품 대비 특이한 부분 때문에 보다 수월하게 식별될 수 있고, 이렇게 선택됐을 때 고객이 계속 쓰게 만드는 강력한 매력으로 재구매/재이용을 이끌어 낼 수 있음까지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이제 막 론칭한 초기 단계에서는 브랜딩이 없지만, 미래에는 브랜딩을 파워로써 갖출 수 있어야 한다. 10년이 지나고 고객 관점에서 눈에 띄지 않는다면 해당 재화는 단순히 가격 경쟁만 해야 하는 Commodity에 불과하고, 시장 내 다른 경쟁자 대비 큰 초과 수익을 올리기 힘들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가 브랜딩이 파워로써 작동할 만한 구조라면 브랜드 파워 확보에 대한 계획도 투자자가 궁금해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정리하자면 7가지 파워 중 브랜딩이 초기 창업자에게 주는 전략적 인사이트는 다음과 같다.

  1. 우리의 비즈니스 모델이 브랜딩이 '파워'로써 작동할 수 있는지 자문해보기
  2. 브랜드 파워를 확보하고자 한다면, 우리 브랜드를 봤을 때 고객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게 할 메시지, 가치는 무엇인지 정의해 보기
  3. 초기에 목표 고객을 찾아서 획득하고 만족시키는 소위 해야 할 일을 잘하면서 브랜드 파워를 어떻게 확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인지 생각해 보기
  4. 브랜드 파워를 확보했을 때 우리 비즈니스가 어떤 상태가 될 것인지 End Image 그려보기
  5. 브랜드 파워가 우리 비즈니스에 구체적으로 어떤 효용을 가져다줄 수 있는지 생각해 보기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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