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Powers) Product-Market Fit을 보여주는 단 하나의 파워, 전환 비용
스타트업이 성장기에 획득할 수 있는 유형의 파워는 크게 3가지가 있다. 바로 규모의 경제(Scale Economies), 네트워크 경제(Network Economies), 그리고 전환 비용(Switching Costs)이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성장기에 획득할 수 있는 3번째 파워, 전환 비용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스타트업이 달성해야 할 핵심 마일스톤 중 하나로 Product-Market Fit을 들 수 있다. Product-Market Fit 정의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겠지만, 보통 좁은 의미의 Product-Market Fit은 '고객이 우리 제품/서비스를 사랑하고 계속 쓰고 있다'는 점이다. 고객이 우리 제품을 사랑하고 자주 쓰고 있음을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로 NPS, Retention Rate 등이 있는데, 고객이 계속 제품을 쓰고 있다는 것은 특정 제품 카테고리에서 우리 제품을 가장 익숙해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시간이 갈수록 이런 익숙함은 동일 제품 카테고리에 다른 제품으로 전환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하게 된다.
다른 새 제품으로 이동하는데 발생하는 현금성/비현금성 비용/노력/투자 전반을 '전환 비용'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스타트업 Product-Market Fit을 달성했다면, 기존 고객에 대해 전환 비용이라는 파워를 갖고 있다는 의미도 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전환 비용'이 기업의 차별적 경쟁 우위 측면에서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 설명하고자 한다.
1. 파워 개념 정리
7가지 힘 중 '전환 비용(Switching Costs)' 개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정의 : 추가 구매를 위해 대체 공급자로 전환할 때, 고객이 예상하는 가치 손실
- 이득(Benefit) : 현재 고객들에게 내재된 전환 비용이 있는 기업은 동일한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경쟁 기업보다 높은 가격을 부과할 수 있음
- 장벽(Barrier) : 경쟁 기업은 동일한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 고객에게 전환 비용을 보상해야 함
- 산업 경제구조와 경쟁 지위
- 산업 경제구조 : 전환 비용의 규모(강도)
- 경쟁 지위 : 현재 고객 수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꾸준히 쓰고 있다는 것은 고객 입장에서 알게 모르게 전환 비용이 쌓이고 있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특정 배달앱을 꾸준히 쓰고 있었다면, 고객은 이미 해당 배달앱의 UI에 익숙해져 있을 것이고, 그 안에 자신의 취향을 반영한 투자(단골 가게 저장, 등록한 리뷰 데이터, 주문 내역 등)가 쌓여 있을 것이다. 이런 것들이 다른 배달앱으로 갈아타는데 부담감 또는 귀찮음으로 다가오는데 이게 전환 비용이다.
그런데 비즈니스 경쟁 우위를 강화시켜주면서 시장에서의 초과 수익을 가능케 만드는 파워로써 전환 비용은 이보다 훨씬 강력하다. 경쟁사와 비견될 우리만의 차별적 경쟁우위로써 전환 비용을 활용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이어서 소개하겠다.
2. 파워의 활용
책의 저자는 '전환 비용'의 사례로 SAP의 기업 ERP 솔루션 제품을 예로 들었다. SAP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ERP Provider이자 수많은 글로벌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ERP 시장에서 SAP의 비즈니스는 성공을 거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고객 만족도가 높은 ERP Provider로 SAP이 꼽히지는 않는다. SAP에 대해 반복적으로 나오는 고객 불만 중 하나가 제품이 너무 사용하기 복잡하고 불편하다는 점이다. 약 600여 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한 만족도 조사에서 43%가량이 불만족한다는 답을 했지만, 아이러니하게 1000명 이상의 고객을 대상으로 '앞으로 계속 SAP에 유지보수 비용을 지불할 것인가?'라는 설문에는 89%가 '그렇다'라고 답했다.
제품 자체에 대해서 생각보다 불만족한 사람이 많지만, 다른 브랜드로 갈아타기 위해 지불해야 할 현금성/비현금성 비용 때문에 계속 기존 솔루션을 사용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파워로써 '전환 비용'이다.
전환 비용에는 크게 3가지 유형이 있다.
- 재무적 전환비용 : 쉽게 말해 매몰 비용(Sunk Cost)이다.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대체하려면 새로운 상품을 구매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과 기존에 갖고 있던 것을 매각/손실 처리하는 비용이다. 예를 들어 ERP의 경우, 신규 시스템 도입과정에 신규 소프트웨어 구매 비용이다.
- 절차적 전환비용 : 절차적인 면에서도 전환 비용이 발생한다. 신규 ERP를 도입할 때는 기존 레거시 ERP에 익숙해진 모든 절차와 업무수행 방식을 전환해야 한다. 기존 시스템에 익숙한 직원들도 신규 시스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다시 교육해야 하고, 어쩌면 회사의 업무수행 방식 그 자체도 개선하거나 변경해야 할 수도 있다.
- 관계적 전환비용 : SAP의 ERP와 같이 방대하고 다양한 직군을 포함하는 제품군은 다양한 접점에서 구매자와 판매자가 긴밀하게 오랜 시간 동안 협업을 하게 된다. 협업 과정에서 구매자와 판매자들은 관계를 쌓게 되는데, 이 역시 전환 비용의 큰 축이 될 수 있다.
전환 비용을 파워로 활용하는 기업은 대개 경쟁사보다 '먼저' 고객을 확보하고 계속 제품/서비스를 사용하게 묶어둔 기업이다. 이렇게 먼저 확보해서 우리 제품을 사용하게 만들었다면 경쟁사 또는 후발주자가 우리의 고객을 뺏어오기 위해서는 제품/서비스 전환에 따라 예상되는 비용과 피해를 보전해줘야 한다. 이렇게 예상되는 전환 비용이 크면 클수록 다른 기업에서 지불하기에도 부담스럽고, 기존 고객 입장에서도 웬만한 보상에는 움직일 동기가 생기지 않을 것이다.
이런 특성으로 전환 비용은 시장에서 하나의 기업만 보유하고 활용할 수 있는 파워가 아니다. 따라서 시장의 모든 참가자가 누릴 수 있는 파워이기도 하다.
3. 파워의 확보
기업이 '전환 비용' 파워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고객이 계속 쓰는 제품을 만들어서 초기에 빠르게 신규 고객을 확보해야 한다. 고객이 제품을 사용하는 빈도와 사용 기간에 비례해서 전환 비용이 계속 커질 것이다. 여기서 기존 고객에 추가 제품/서비스를 판매하지 않으면 전환 비용이 당사의 이익을 높여주는 이점을 누릴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일단 고객이 계속 사용하면 고객이 추가 구매할 수 있는 다양한 부가 서비스/기능을 출시하는 것이 전환 비용을 강화하면서도 그 이점을 누리는 하나의 전술이 될 수 있다.
B2B 솔루션 시장의 경우, 신규 고객 하나를 획득하는 게 힘들지만, 일단 획득하고 나면 재무적 전환 비용 외 절차적/관계적 전환 비용 등으로 쉽사리 경쟁사에게 고객을 뺏기지 않을 것이다(물론 판매하는 솔루션의 형태에 따라 다르다. 여기서는 도입 이후 내부 직원이 반복적으로 업무 수행하는 데 있어 솔루션이 사용된다는 것을 가정).
하지만 B2C 소비재 시장은 좀 다를 수 있다. 다른 브랜드로 전환하는데 들어가는 노력이나 비용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작용하는 전환 비용이 상대적으로 작다. 이런 경우에 파워 확보를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전략 중 하나가 우리 제품을 고객의 삶의 일부분으로 만드는 것이다. 제품/서비스를 '중독'시키거나 '습관'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우리 제품을 고객의 습관으로 만들기 위한 대표적인 제품 전략 프레임워크로 니르 이얄의 'Hooked'이 있다. 그리고 하나 더 추천하자면, 이미 우리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 입장에서 다른 제품으로 이동하는데 있어서 극복해야 할 마찰력이 크다면, 제품의 매력과 상관없이 전환 비용으로 작용할 것이다.
- Hook(훅) 프레임워크 : 습관형성제품을 만들기 위한 전략 프레임워크
- 참조자료 1 (프레임워크 정리) : https://acquiredentrepreneur.tistory.com/73
- 참조자료 2 (도서) :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09651824
- 마찰력 이론 : 고객이 신제품으로 쉽사리 바꾸지 않는 이유는 신제품의 매력이 부족하기 보다는 기존제품에 대해 가지고 있는 관성이나 노력 등이 더 크기 때문이다
- 참조자료 1 (프레임워크 정리) : https://acquiredentrepreneur.tistory.com/114
- 참조자료 2 (도서) :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14295848
시장에 새로운 제품/서비스 또는 플랫폼을 출시한 스타트업이 초기에 많은 고객을 확보해서 규모를 키우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이렇게 확보한 고객이 우리 제품/서비스/플랫폼을 계속 사용하게 만들고 그로 인해 의존도를 높여야지 규모를 키운 것이 경쟁 우위로써 의미가 생긴다.
쿠폰, 파격적인 가격 할인을 미끼로 단기간에 많은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이렇게 고객을 확보해서 우선 우리 제품을 경험하게 한 후 지속적으로 제품을 쓰고 제품에 고객 개개인의 노력과 시간, 비용을 투자하게 할 이유를 만들어 주지 못한다면, 단기간에 돈으로 만든 성장은 그저 사상누각에 불과할 것이다.
고객을 확보하고, 고객이 제품을 계속 사용함으로써 자신의 시간/노력/비용을 계속 투자한다면, 경쟁사 입장에서 장벽으로 작용하는 '전환 비용'을 확보했다고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전환 비용을 비즈니스 수익 극대화 측면에서 활용하기 위해서는 제품과 관련한 확장/부가 기능/서비스를 출시하고 판매해야 하는데, 이 관점에서 일부 기업은 자신의 제품과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는 제품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을 아예 인수하기도 한다.
4. 초기 창업자를 위한 전략적 인사이트
전환 비용이 파워로써 확보되고 작동하는 과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초기에 먼저 고객을 확보한다.
- 고객이 계속 제품을 사용하고 구매하게 만든다.
- 그 과정에서 제품에 대한 고객의 의존도를 높인다(습관, UI의 익숙함, 제품과 관련한 데이터, 취향 누적 등)
- 제품과 관련한 부가/확장 기능, 제품, 서비스를 판매함으로써 객단가를 극대화한다.
- 시장의 왠만한 대안재의 오퍼링, 가격 할인으로는 고객 입장에서 '그냥 쓰던 것 쓰는 게 낫겠다'라는 심정으로 계속 우리 제품을 사용하게 된다.
본격적인 제품 성장에 앞서 선행해야 할 마일스톤이 협의의 Product-Market Fit을 달성하는 것이다. 즉, 일단 특정 고객군은 우리 제품을 사용하면 계속 쓰게 만들 수 있음을 먼저 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는 신규 고객 중 XX%는 계속 유지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번에 투자받은 돈으로 XXX만큼 신규 고객을 획득하면 결국 OXO 이상은 활성 고객으로 계속 남아 우리 비즈니스 가치 제고에 기여할 것입니다'와 같이 논리적으로 타당성을 갖춘 성장 목표와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우리가 새롭게 만들고자 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공급자별 차이점 없이 오직 가격으로만 경쟁하는 Commodity 유형의 제품/서비스가 아니라면, 고객이 선택하고 계속 쓰게 만드는 차별적 특성을 고민해야 하며, 이 특성이 결국 전환 비용과도 연결될 수 있도록 사고의 확장을 하는 게 필요하겠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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