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Powers) 대기업이 우리와 직접 경쟁할 수 없는 단 하나의 이유 (Counter Positioning)
스타트업을 한다는 것에 대해 여러 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스타트업은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창조함으로써 지속가능하고 빠른 성장이 가능한 비즈니스를 추구'하는 것이다. 이를 2개의 키워드로 요약하자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제로투원(Zero to One)'과 '지속가능한 성장 추구(Sustainable Growth)'이다.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으면 특히 얼리어답터 중심으로 '우와~!' 하는 반응과 일정한 트랙션을 확보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보다 모든 면에서 뛰어난 플레이어(대개 동종/유사 업종의 대기업)가 우리 비즈니스 아이템/모델을 똑같이 따라 해서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제 막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입장에서 고객에게 신선함을 제시했는데, 그 신선함을 대기업이 그대로 따라함으로써 오히려 경쟁에 도태돼 시장에서 밀린다면 얼마나 억울하고 슬플까? 신생 스타트업에게는 대기업의 미투(Me too) 전략이 존속과 성장에 있어 굉장히 큰 리스크이기 때문에 VC들도 항상 투자할 스타트업에게 대기업이나 규모가 큰 스타트업의 잠재적 진입 위협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는다.
만약 네이버나 카카오에서 똑같은 기능을 출시하면 어떻게 하실거에요?
위와 같이 초기 창업자가 반드시 마주하게 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세븐 파워>의 '카운터 포지셔닝(Counter Positioning)' 파워가 힌트를 줄 수 있다.
1. 파워 개념 정리
7가지 힘 중 '카운터 포지셔닝(Counter Positioning)' 개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정의 : 기존 기업이 자신의 기존 사업에 피해가 갈 것으로 예상하여 모방하지 않는 새롭고 우수한 비즈니스 모델을 신규 기업이 도입하는 것
- 이득(Benefit) :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낮은 비용 구조와 높은 가격 책정을 가능케 한다
- 장벽(Barrier) : 기존 기업이 신흥 기업을 따라 했을 때 예상되는 부수적 피해가 장벽으로 작용함
- 산업 경제구조와 경쟁 지위
- 산업 경제구조 : 신규 비즈니스 모델의 우월성 + 기존 비즈니스의 부수적 피해
- 경쟁 지위 : 이원화(신규 기업 – 신모델 // 기존 기업 – 구모델)
분명 초기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궁극적으로는 대중 시장을 타겟으로 크게 성장해 매력적인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더라도 당장 잠재적 카피캣(=대기업) 입장에서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같이 따라 할 때 기대되는 이익보다 이를 위해 지출하는 비용이나 잃게 되는 기회가 더 커서 굳이 따라 하지 않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카운터 포지셔닝' 파워를 갖게 된다는 의미다.
2. 파워의 활용
잠재적 경쟁자인 대기업 입장에서 우리와 똑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시장 진입하는데 소요되는 비용보다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익이 훨씬 크다면 우리와 똑같은 비즈니스 모델에 투자를 할 것이다. 반대로 똑같은 비즈니스 모델에 투자 대비 얻을 수 있는 효익이 훨씬 적다면 지금 당장 투자하지 않고, 시장을 지켜볼 것이다.
신생 스타트업이 대기업 대비 카운터 포지셔닝 파워를 갖고 있다는 것은 우리 비즈니스가 단일 사업으로 분명 매력을 갖고 있지만, 현재 대기업 입장에서 들어올 이유가 없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 시장에서의 우리(초기 스타트업)의 포지셔닝이 소위 대기업 입장에서 카운터 포지셔닝 파워를 갖고 있는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헬머는 저서에서 간단한 플로우차트를 통해 카운터 포지셔닝의 3가지 유형을 설명한다.
- 애초에 단독 사업으로 매력이 없으면 대기업은 진출하지 않는다.
- 단독 사업으로 매력이 있어도 투자대비 기대되는 수익이 매력적이지 않으면 대기업은 진출하지 않는다.
- 투자 대비 수익률이 낮거나
- 신규 사업 진출로 얻는 이익보다 기존 사업에 매출 감소 등 부수적 피해가 더 크거나(일종의 카니발리제이션)
- 신규 사업 진출이 단기적으로 기존 사업의 수익성에 피해를 끼치면 상황에 따라 대기업은 진출하지 않는다.
- 여전히 신규 비즈니스 모델이 불확실성이 더 크기 때문에 좀 더 지켜본다
- 대리인 문제 발생 : '장기' 이익과 '단기' 실적 간 이해 상충. 전문경영인은 '단기' 실적에 더 집중
- 신규 사업 진출에 따른 기업 사업의 수익성 피해가 전혀 없으며, 오히려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다면, 조만간 대기업은 신규 사업에 진출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대기업이 위와 같은 의사결정구조로 기존 사업에 도전이 되는 초기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분석하고 진출여부를 판단한다고 가정하고 우리의 현재 비즈니스 모델 혹은 하고자 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당분간(다른 차별적 경쟁 우위 확보할 때까지) 카운터 포지셔닝 파워를 가져갈 수 있는지 바라보는 형태로 해당 파워를 활용할 수 있다.
카운터 포지셔닝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오래된 예시로는 국민 문자 서비스 '카카오톡'을 들 수 있다. 카카오톡이 처음 나왔을 때 이미 기존 통신사에서 비슷한 앱을 만들어서 바로 따라 할 수도 있었지만, '무료 메시징 서비스'가 기존에 건당 20~100원씩 돈을 받고 있던 SMS 서비스에 부수적 피해를 입혔기 때문에 당장 따라 하지 않았다. 그리고 먼 훗날 SMS을 전격 무료화했지만, 이미 카카오톡은 다른 파워(=네트워크 경제, 전환비용)를 획득한 이후였다.
전기차 브랜드 테슬라(Tesla)가 초기에 기존 자동차 브랜드 대비 탁월한 혁신으로 전기차 비즈니스를 전개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로 기존 자동차 브랜드가 내연 기관 중심의 레거시를 갖고 있는 반면, 테슽라는 이런 레거시에 자유로웠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많다. 이 부분도 큰 틀에서 보면 테슬라에 기존 자동차 브랜드 대비 카운터 포지셔닝 파워를 갖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기존 기업이 카운터 포지셔닝 문제에 어설프게 대응해서 결국 주도권을 신규 기업에 내주는 사례가 많으며 대개 아래와 같이 일반적인 패턴을 보인다고 하니 참조하길 바란다.
- 도전 기업(신규 기업)의
- 급격한 시장 점유율 확대
- 높은 수익성 또는 그러한 가능성
- 기존 기업의
- 시장 점유율 감소
- 도전 기업의 조치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 결국 경영진을 교체하고
- 너무 늦은 항복으로 결
3. 파워의 확보
카운터 포지셔닝 파워는 말 그대로 '포지셔닝'이기 때문에 파워 자체를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 스타트업은 대개 새로운 제품 또는 비즈니스 모델을 창조함으로써 시장에 진입한다. 카운터포지셔닝은 스타트업이 새롭게 창조하는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구조적으로 당장 기존 기업이 따라 하기에 부수적 피해가 예상된다면 자연히 형성되는 파워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아래와 같은 조건/구조에서 신규 기업이 카운터 포지셔닝 파워를 초반에 갖게 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 기존 솔루션보다 10배 더 나은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는 기술 개발 완료 또는 활용 가능
- 기존 기업이 갖고 있는 레거시의 크기가 매우 큼(Asset-heavy 모델의 경우 Asset-light 모델로 전환 거의 불가)
-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 기회가 존재하는 시장 (Low-end or Unconsumed)
그리고 카운터 포지셔닝은 이미 동종 또는 유사 업종 시장에 존재하고 있는 기존 기업에만 적용되는 힘이다. 다른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조해서 시장에 접근하는 다른 스타트업에 대해서 카운터 포지셔닝이 작용하는지는 알 수 없다. 브랜딩과 마찬가지로 카운터 포지셔닝은 동일 시장에 대해 여러 기업이 동시에 가질 수 있는 파워이기도 하다.
신규 사업 진출에 따른 부수적 피해의 크기로 진입 여부를 망설이고 결국 신규 진입을 단념시키는 게 카운터 포지셔닝 파워의 주역할이다. 이렇게 카운터 포지셔닝 파워를 갖게 된 신규 기업이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는데, 그건 바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신규 기업이 자신의 우위를 자랑스럽게 드러내고 싶은 유혹을 떨쳐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행동이 기존 기업의 기회에 대한 객관적 인식을 지연시키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서 신규 기업에 유리한 출발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만약 반대로 신규 기업이 자신의 우위를 뽐내면서 기존 기업을 자극한다면 어떻게 될까?
위 질문에 대한 적절한 예가 될지 모르겠지만, 2016년 MS의 Teams 출시에 대해 당시 협업 솔루션 시장 선도자였던 Slack의 겸손하지 못한 조소가 MS로 하여금 Teams의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장하고자 하는 의자와 전략에 한몫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4. 초기 창업자를 위한 전략적 인사이트
해밀턴 헬머의 <세븐 파워>에서 소개하는 7가지 파워 중에 초기 창업자에게 가장 영감을 주는 파워는 단연 '카운터 포지셔닝' 파워일 것이다. 카운터 포지셔닝 자체가 신규 기업이 기존 기업 대비 유리하게 판을 짜서 시작하게 해주는 거의 유일한 힘이기 때문이다.
초기 스타트업이 카운터 포지셔닝 파워를 활용한다는 것은 다음과 같은 로직으로 시장에 진입해서 경쟁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 신규 기업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조한다.
- 기존 기업 입장에서는 진입 시 예상되는 부수적 피해가 훨씬 크거나 아직 불확실성이 크다고 판단하여 당장 관심을 갖지 않는다.
- 신규 기업이 비즈니스 모델을 잘 운영하여 시장을 확장하고 유의미한 성과를 내기 시작한다
-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시장이 성숙해짐에 따라 기존 기업 입장에서 신규 사업 진출에 따른 부수적 피해보다 얻을 수 있는 효익이 더 크기에 신규 기업과 직접 경쟁하고 위협하는 제품/서비스 출시한다
- 하지만 신규 기업이 해당 사업을 더 잘하기 위해 필요한 차별적 경쟁우위(7가지 파워 또는 경제적 해자 등)를 갖추고 있어서 기존 기업이 새로운 시장에서 신규 기업과 경쟁이 녹록지 않다.
- 결국 최종 승자는 신규 기업이 된다.
개인적으로 새롭게 창조한 아이템이 대기업의 미투 출시가 어느 정도 예상된다면 카운터 포지셔닝을 갖춘 비즈니스 모델 개발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카운터 포지셔닝을 갖추기 위해 아래 전략적 인사이트를 고려해 보는 것을 어떨까?
- 목표 시장 또는 제품 카테고리 내 대기업 경쟁자가 존재한다면,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기획할 때 카운터 포지셔닝을 확보하는 방향성을 잡아야 한다
- 대기업 입장에서 신규 사업 진출에 따른 부수적 피해보다 신규 사업 진출에 따른 추가 이익이 더 큰 시점이 도래한다면 언제든지 시장에 진입할 수 있음을 명심한다 -> 우위를 드러내지 않고 겸손함 유지
- 카운터 포지셔닝은 다른 신규 플레이어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파워다. 그러므로 신생 기업이 Copycat이 돼 신규 시장에 진입하는 이슈에 대한 고민은 따로 해야 한다. -> 일반적 접근 : 투자유치 후 확보한 자금을 활용하여 해자(moat) 구축
대기업이 진출했을 때 어떻게 대응하는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애초에 대기업 입장에서 부수적 피해, 인지 편향 등으로 당장 진입할 가능성이 없어서 경쟁을 피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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