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초기 스타트업을 위한 파이낸셜 모델 활용
이번 포스팅은 '초기 스타트업을 위한 파이낸셜 모델링 플레이북' 시리즈의 마지막 포스팅으로 아직 제대로 된 지표가 없는 예비창업자부터 Series A 라운드를 준비해야 하는 초기 스타트업까지 파이낸셜 모델링이라는 도구를 왜,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자 한다.
예시로는 지난번 포스팅에서 다룬 AI챗봇 기반 비대면 코칭앱 서비스를 중심으로 설명할 예정으로 해당 가상 스타트업을 기반으로 한 파이낸셜 모델링 스프레드시트 작성 샘플은 아래를 통해 다운로드하면 된다.
파이낸셜 모델링 스프레드시트 샘플 다운로드 (AI 챗봇 기반 비대면 코칭앱 서비스)
아직 제대로 된 제품이나 매출이 없는, 그리고 하루하루 치열하게 시장과 제품을 검증해나가야 하는 초기 스타트업 창업자(혹은 창업팀) 입장에서는 전통적인 방식의 파이낸셜 모델링은 거의 쓸모가 없다. 왜냐하면 일반적인 파이낸셜 모델링은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미래의 매출과 이익을 추정하는 것이 일반적인 접근인데, 초기 스타트업은 추세를 추정할 만큼의 충분한 과거 데이터가 아예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렇게 만들어진 연도별 손익의 추정치는 불확실하고 구체적인 논리가 결여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에 대부분 믿지 않는다. 손익의 추정치에 대해 믿음을 줄 수 없기 때문에 비즈니스 모델의 미래 모습에 대한 설득 자료로써 효용이 없다. 그래서 거의 쓸모가 없다.
그리고 또 문제는 파이낸셜 모델링 과정에서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 등 전통적인 재무제표를 한 번에 모두 구성할 경우 쓸데없이 공수가 많이 든다는 점이다. 손익계산서를 작성하고, 여기서 나온 이익/손실을 기반으로 자산과 부채, 자본을 조정하는 식으로 '정석'대로 파이낸셜 모델링을 수행할 경우 시간과 노력이 많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거에 참조할 만한 데이터가 거의 없다. 그래서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한다. 이렇게 무에서 유를 창조했는데, 정작 아무도 믿지 않는다. 그럼 소중한 시간/노력이라는 자원만 낭비한 꼴이 된다.
그렇다고 초기 창업자(팀) 입장에서 파이낸셜 모델링이 아예 필요없는 것은 또 아니다. 개인적으로 제품을 아직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우리 비즈니스 모델에 관련한 지표와 현금 흐름의 구조를 구체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진짜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 가정과 리스크를 분별하고 이를 검증하거나 대응하는 것은 초기 창업자(팀)에게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일반적인 방식이 아니라 각 팀의 상황에 알맞은 '핵심지표-손익' 간 논리적 정합성을 갖춘 맞춤형 파이낸셜 모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초기 스타트업에게 알맞은 파이낸셜 모델링하는 과정은 아래 링크를 다시 참조하시기 바란다.
그럼 왜 아무것도 없는 초기 창업자도 한 번 체계적인 파이낸셜 모델링을 수행해야 하는가? 아주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아래 3가지의 이유가 가장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1. 투자자 설득을 위한 논리 수립 및 지원
2. 비즈니스 모델의 Narrative & Number 구조화 및 시뮬레이션
3. 성장을 위한 올바른 목표 설정 및 의사결정 지원
각 이유별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이 정리하고자 한다.
1. 투자자 설득을 위한 논리 수립 및 지원
아직 제품이 나오지 않았거나 제품을 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매출이 아예 없고, 지표 또한 의미 있는 추세를 보이지 않는 경우라도 제품을 고도화하고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입해서 성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원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자원을 대개 스타트업은 외부의 모험 자본으로부터 유치한다.
투자자들은 투자를 검토하는 대상에 대해 각자의 기준으로 살펴보겠지만, 본질적으로는 '이 딜이 나에게 목표 이상의 수익률을 안겨줄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다. 물론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의사결정하는 과정에서는 사업 아이템과 시장 규모를 바탕으로 투자자 스스로 그 답을 찾아가는 경우가 일반적이겠지만, 그래도 창업자가 비즈니스와 그 비즈니스의 성장 잠재력을 제대로 이해하고 어떤 성장 계획과 로드맵을 갖고 있는지 항상 궁금해한다.
초기 스타트업의 파이낸셜 모델링의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비즈니스 모델이 지니고 있는 시장의 크기와 그 잠재성, 그리고 이를 성장시켜서 특정 목표 달성을 위해 어떤 전략적 이니셔티브를 지녀야 하는지에 대한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시장에 보급되기 시작하면, 누구나 사용하는 제품이라도 뚜렷한 수익모델이 없다면 큰 이익을 만들 수 없다. 반대로 수익모델이 아무리 명확하고 탄탄해도 그 수익모델을 받쳐줄 시장의 크기 자체가 제한적이라면 1,000억, 2,000억짜리 가치의 비즈니스가 나오지 못한다. 수익모델이 명확하다면 이익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동인과 그 지표를 알 수 있다. 그럼 그 동인과 지표를 가장 먼저 향상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한다. 이 모든 것들이 각자 비즈니스 모델에 알맞은 파이낸셜 모델링을 가지고 알아차리거나 논리를 만들고 백업할 수 있는 것들이다.
투자 유치를 위한 파이낸셜 모델링은 단순히 향후 3개년, 5개년 추정 매출액과 이익을 '그럴듯하게' 구해서 표현하는 것이 아니다. 연도별 재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어떤 선행 지표들의 목표치를 달성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목표치 달성을 위한 계획은 얼마나 논리적이고 실현가능한지, 나아가 현재 가지고 있는 자원과 노력만으로 약간의 운만 작용된다면 충분히 달성하는한 현실적인 것인지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위의 샘플 이미지는 파이낸셜 모델링 샘플의 대시보드 시트이다. 이 가상의 스타트업이 2022년 10월 기준으로 50억 원 내외의 밸류로 5~1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할 계획을 가지고 있고, 2027년 140억 원의 매출을 목표로 한다. 해당 규모의 매출액이면 이익은 약 65억 원이 예상되며, 이를 30배수 정도 하여 가치를 산정한다고 하면, 2027년도 해당 재무 지표를 달성했을 때 우리의 기업가치를 2,000억 원 정도로 주장해 볼 수 있다고 가정할 수 있다.
매출액 140억 원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월 9,900원씩 이용료를 지불하는 B2C 구독자가 약 107,000명이 필요하다. 이러한 추정 손익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5년 동안 이번 투자 및 24~25년 사이에 후속 투자를 해서 자금을 조달한 뒤 2027년까지 10만 명의 구독자를 모으기 위한 플랜이 필요할 것이다. 그럼 IR 자료나 투자자와의 미팅에서 해당 내용에 대한 고민과 결과를 미리 준비해서 얘기해볼 수 있을 것이다. 140억 원 매출을 5년 내 달성하기 위한 마일스톤이 유료 구독자의 수만 있지 않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매출액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동인과 그 지표를 확인하고 관련 논리를 만드는 것으로 훨씬 설득력 있는 IR Material을 준비하게 만들 수 있다.
2. 비즈니스 모델의 Narrative & Number 구조화 및 시뮬레이션
개인적으로 믿고 있는 신념 중 하나는 비즈니스 모델의 가치는 모델이 지니고 있는 내러티브(이야기)와 넘버(제품 및 손익 관련 지표) 간 조합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제품이나 창업자가 지니고 있는 미션과 원대한 비전, 사용자 스토리만으로 비즈니스 모델이 지니고 있는 잠재성을 모두 설명하고 설득할 수 없고, 또한 그럴듯한 숫자와 그 성장세만으로 사람들을 설득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런 점에서 초기 스타트업의 파이낸셜 모델링은 창업자(팀)이 지니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구조와 믿음, 계획 등 일종의 내러티브(Narrative)를 구체적인 숫자(Number)와 연결된 하나의 '가상현실'을 스프레드시트로 구현하는 작업이라고 볼 수 있다.
좋은 파이낸셜 모델 스프레드시트는 단순히 스프레드시트 작업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보다 현실적이고 가능성이 높은 그러면서 비즈니스 모델에 관한 핵심 요소를 빠짐없이 모델 안에 포함시키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내러티브가 먼저 준비돼야 한다. 이를 아래와 같은 문서 형태로 정리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스프레드시트에 표현할 범위로 시트, 지표 항목 등을 정리하고 스프레드시트를 작성해나간다. 스프레드시트 초안이 완성됐다고 해서 파이낸셜 모델링 작업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후에는 스프레드시트를 하나하나 리뷰하면서 현실에 너무 동떨어져 있는 부분, 그리고 고객과 관련한 퍼널이나 수익모델 관련하여 누락된 부분이 있는지를 점검하고 수정보완해야 한다.
예를 들어서 샘플의 경우에는 초기에는 고객퍼널의 Top Funnel인 다운로드 단계에서 광고, 앱캠페인, 유료고객에 추천에 의한 유입만 가지고 모델링을 했다가 추후에 리뷰하는 과정에서 '자연 방문자에 의한 다운로드 전환'이 누락됐음을 확인하고 추가했다. 이런 식으로 비즈니스 모델의 작동 구조를 점점 구체화하고 현실적으로 만들어갈 수 있다.
그리고 1차적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스프레드시트로 구체화했고, 꽤 현실적으로 디자인했다면, 핵심 동인에 대한 가정 변화로 인한 전체 결과의 변화를 합리적으로 시뮬레이션해볼 수도 있다. 예를 들어서 우리의 앱 다운로드 유저에 대한 목표 온보딩 전환율과 가입전환율이 각각 50%인데, 이 목표치를 60%로 향상하면 얼마큼 더 성장할 수 있는지를 모델만 있다면 손쉽게 해 볼 수 있다.
이렇게 우리의 비즈니스 모델이 우리의 목표대로 잘 성장했을 때 어떤 임팩트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잘 작성한 파이낸셜 모델 스프레드시트를 가지고 표현하고 점검해볼 수 있다.
3. 성장을 위한 올바른 목표 설정 및 의사결정 지원
마지막으로 우리 비즈니스 모델의 알맞은 성장 목표 및 전략적 이니셔티브를 수립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 초기 창업자가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은 주로 각 핵심 동인별 이상적인 목표치와 성장률 정의와 특정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얼마큼의 리소스가 필요한지, 이게 현실적으로 조달가능한지, 가능하지 않다면 어떤 부분에서 변혁이 일어나야 현실적인 이야기가 되는지 등을 확인해 보는 것이다.
보다 현실적인 파이낸셜 모델링을 위해서는 핵심 퍼널 및 수익모델 관련 초기값을 적절하게 설정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때 가장 좋은 데이터는 시장의 벤치마크 데이터이다. 예를 들어 업종별 CAC 데이터라던지, 앱의 경우 일반적인 퍼널간 전환율, 특정 SaaS 분야의 일반적인 Churn Rate에 대한 벤치마크 등이다. 이런 부분에서 이미 현실로 검증된 벤치마크 데이터가 있다면, 우리가 설정한 값과 성장률, 목표치가 현실적인지 점검할 수 있고 나아가 해당 지표를 개선하는 작업에 대한 효용치를 판단해서 '이만하면 됐다'라는 기준을 만들어 보다 의사결정을 용이하게 할 것이다.
만약 벤치마크 데이터가 따로 없다면, 그래도 우리가 제품이 나와서 미약하게나마 지표가 발생하고 있다면 우리의 실제 지표를 기준으로 가정과 목표를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혹은 아직 제품이 없다면 그야말로 창업자(팀)의 센스를 기반으로 한 추정치로 시작할텐데 이는 어디까지나 추정이기 때문에 현실이 추정치와 얼마나 가까운지를 중요한 지표 순으로 검증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과업이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목표 매출액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지표 있을 것이고 또 그 핵심지표의 동인이 되는 세부적인 투입지표들이 모델 안에 존재할 것이다. 그렇다면 최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목표를 잘게 쪼갤 수 있고 잘게 쪼개진 세부 목표에 대한 세부적인 실행계획들과 계획 간 우선순위를 설정함으로써 보다 올바른 의사결정을 지원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샘플에서 목표 매출액이 약 140억 원이었고, 이를 위해서 B2C 유료 구독자 수가 약 107,000명이 필요한데, 이뿐만 아니라 107,000명의 유료 구독자로 140억 원의 연 매출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한다. 구독자 당 평균 유지율이나 객단가가 일정 수준을 달성해야 하고, 앱 다운로드부터 구독 전환까지 각 퍼널별로 각각의 목표 전환율을 달성해야 한다. 이런 부분을 구조화한 파이낸셜 모델이 있다면 그렇지 않은 팀에 비래서 가장 높은 효과가 기대되는 계획과 과업부터 수행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상 초기 스타트업의 파이낸셜 모델링 플레이북 시리즈의 마지막 포스팅까지 정리했다. 파이낸셜 모델링이라는 것이 비즈니스 모델별로, 목적별로, 구현하고자 하는 스프레드시트 레벨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글만으로 설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다만, 1~5편의 포스팅을 모두 읽는다면 최소한 자기 자산에게 알맞은 파이낸셜 모델 스프레드시트를 만드는데 필요한 지식과 무엇을 더 검색해서 알아야 하는지 알 수 있는 최소한의 지식은 습득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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