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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극초기 스타트업을 위한 유닛 이코노믹스

2024. 3. 12. 22:22

지금까지 유닛 이코노믹스 정의, 분석 전 알아야 할 핵심지표, 유닛 이코노믹스 분석, 유닛 이코노믹스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어떻게 수익성 극대화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지 등 초기 스타트업이 유닛 이코노믹스를 활용하기 위해 필요한 내용 전반을 다뤘다.

 

유닛 이코노믹스를 정의하고,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수익성 극대화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 전반은 사실 이미 수익모델이 작동해 매출이 일어나고 있는 스타트업이 활용하기에 적합하다. 아직 제품이 나오지 않았거나 이제 막 지표가 발생하고 있는 예비창업팀~극초기 스타트업은 유닛 이코노믹스를 가지고 '현재' 수익성을 진단하고 분석하기 힘들다.

 

그럼 예비창업팀~극초기 스타트업에게 유닛 이코노믹스는 '그림의 떡'인 것일까?

 

개인적으로 예비창업팀~극초기 스타트업 대상으로 더 많은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는 입장에서 '오히려 예비창업팀이나 극초기 스타트업이 유닛 이코노믹스를 어떻게 알차게 활용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해왔고,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아직 수익이 발생하지 않은 극초기 스타트업이 유닛 이코노믹스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글쓴이만의 개똥철학을 한 번 정리해 보겠다.

 

1. 지속가능성 관점에서의 비즈니스 모델 설계

아직 제품도 없는 극초기 스타트업이지만, 그래도 창업자는 최소한 수익모델에 대한 주요 가정을 갖고 있어야 한다. 단순히 제품에만 집중하고 어떻게 구현하고 유통하고 돈을 벌 것인지는 외면하는 창업자는 기업가가 아닌 발명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유닛 이코노믹스 분석에 필요한 지표에 대한 합리적 가정을 할 수 있다면, 해당 비즈니스가 미래에 만들어낼 수 있는 수익성이나 지속가능성도 합리적으로 추정하고 진단/분석해 볼 수 있다. 극초기 스타트업이 유닛 이코노믹스 지표에 대한 주요 가정을 하는 접근법은 다음과 같다.

 

1) 객단가 : 수익모델 디자인, 수익모델 내 가격 정책에 대한 가정

2) 변동비 : 제품/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소요되는 원가 요인 가정 및 그 비용 추정. 특히 준변동비에 해당하는 항목의 경우에는 Capacity 고려(예 : CS직원은 준변동비 항목으로 직원 1명 당 월 1000건의 CS를 담당한다면, 월 1001건이 넘어가면 CS직원을 한 명 더 고용해야 함)

3) 단위 공헌이익 : 제품/서비스 공급에 대한 최소 Capacity를 가정하고 그 Capacity의 일정량(예 : 80% 수준)을 '판매량' 기준으로 설정함. 이후 매출액, 변동비를 추정한 후 이를 판매량으로 나눠서 단위 공헌이익 가정/추정

4) 고객획득비용 : 산업 내 다양한 벤치마크 자료 검색 및 활용 등으로 최대한 현실적으로 추정. 변동비와 함께 창업자(팀)의 인사이트가 많이 필요한 부분.

5) 월간 고정비 : 판매량이나 고객의 숫자와 상관없이 매달 지출해야 하는 비용 항목을 고정비로 추정. 인건비, 임대료, 보험료, 설비투자, 감가상각비 등이 주요 고정비 항목. 초기 현금흐름 추정할 때는 비현금유출 비용은 굳이 고려하지 않아도 무방함(예 : 감가상각비 등)

 

위와 같이 주요 지표를 합리적으로 가정, 추정하고 나면 아직 비즈니스 모델이 작동하지는 않지만, 창업자의 가정대로 비즈니스가 작동했을 때 유닛 이코노믹스가 어떻게 나타날지 추정해 볼 수 있다. 이렇게 유닛 이코노믹스를 추정해 보고, 현재 설계 단계에서 유닛 이코노믹스가 매력적이지 않으면 이를 보다 매력적인 방향으로 만들기 위해 비즈니스 모델의 어떤 부분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초기 스타트업이 미래에 만들어 낼 재무적 임팩트를 추정하는 과정을 흔히 '파이낸셜 모델링'이라고 하는데, 파이낸셜 모델링 프로세스는 Bottom-up(상향식)으로 올라가다 보면 결국 종착역이 밸류에이션 혹은 유닛 이코노믹스가 된다. 

유닛 이코노믹스 Unit Economics

 

이것이 의미하는 부분은 극초기 스타트업이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함에 있어서 나름의 가정과 추정으로 유닛 이코노믹스를 정의하고 분석하기 위해서는 비즈니스 운영 전반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지표들을 정의하고 가정하거나 추정, 해석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초기 단계의 유닛 이코노믹스은 거의 모든 가정이 창업자 또는 창업팀의 주관적인 생각일 수밖에 없다면 한계가 있지만, 그럼에도 시작 단계에서 한 번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2. 성장 마일스톤 수립(규모의 경제 달성 관점)

극초기 스타트업이 유닛 이코노믹스를 활용하는 2번째 방법은 사업계획 단계에서 성장 마일스톤을 수립하는데 활용하는 방법이다. 

 

유닛 이코노믹스의 원칙은 비즈니스 모델, 유형과 관계없이 대동소이하다.

 - 비용은 크게 판매량과 관계없이 발생하는 고정비와 판매량에 비례하여 증감하는 변동비로 구분할 수 있다.

 - 매출액에 변동비를 차감했을 때 이익이 난다면, 고정비를 충당할 수 있는 이익이 나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만약 매출액에서 변동비를 차감했는데 이익이 나지 않다면, 해당 비즈니스의 지속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

 - 판매량이 증가할수록 매출액에서 변동비를 차감한 공헌이익이 증가하고, 전체 공헌이익과 고정비가 같아지는 지점을 손익분기점이라고 한다. 손익분기점 이후에는 전체 비즈니스가 흑자 전환이 된다고 볼 수 있다. 

 - 판매량이 증가할수록 판매 1건이 부담해야 하는 고정비(=단위당 고정비)가 줄어든다. 일정 규모 이상 판매량을 확장할 수 있다면, 고정비가 전체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굉장히 작아진다.

 

이런 원칙을 그래프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그래프는 SaaS 비즈니스에 한정하여 예시를 들었지만, 업종불문 상관없이 본질은 동일하다.

유닛 이코노믹스 Unit Economics
출처 : https://medium.com/@rotem.vc/growth-is-nice-but-heres-what-really-matters-the-resurgence-of-unit-economics-fa765822d0f6

 

매출원가, 고객획득비용 또는 ROAS로 관리하는 마케팅 비용 등 변동비는 매출 증가와 관계없이 매출액의 일정 부분을 차지하지만, 인프라 투자, 연구개발, 인건비 등 고정비는 매출 증가(=판매량 증가)에 따라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작아진다. 물론 판매량 증가에 따라 인프라 확충 및 인력 고용이 수반돼야 하므로 아주 미비한 수준까지 비중이 줄지는 않는다.

 

아래 예시 그래프와 같이 전체 매출액에서 고정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특정 값에 수렴하는 부분이 소위 말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했다고 판단할 수 있는 지점이 된다. 그리고 해당 지점 이상 판매량을 달성하거나 고객을 획득하면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닛 이코노믹스 Unit Economics
출처 : https://medium.com/@BR_Murray/economies-of-scale-in-saas-c9b3515c4608

 

초기 스타트업이 성장 목표를 수립할 때 참조할 수 있는 기준이 그리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대개 '유료 고객 10만 명 달성', '연간 판매량 100만 개 이상'과 같은 막연히 큰 숫자를 목표로 설정하고 제시한다. 그런데 왜 그런 숫자를 달성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지 물어보면 막상 답을 할 수 없다. 10만 명 고객, 100만 건 이상 판매에 아무런 논리가 없기 때문이다.

 

만약 그 숫자가 우리 비즈니스 모델 상 수익성이 가파르게 개선되는 임계점이라면 어떨까? 

 

이렇게 유닛 이코노믹스를 활용하여 우리 비즈니스의 효율이 극대화되는 규모의 경제 달성 임계점을 합리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

 

3. 시장 기회, 비즈니스 매력에 대한 창업자의 논리 정립 

마지막으로 극초기 스타트업이 유닛 이코믹스를 활용하는 방법은 시드~Pre Series 투자 라운드에서 잠재 투자자를 설득하기 위한 창업자의 논리 수립에 활용하는 방법이다.

 

초기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투자자가 궁금해하는 것은 결국 3가지로 귀결할 수 있다.

 

1) 비즈니스 성장의 핵심 동인은 무엇인가?

2) 비즈니스가 시장에 안착하고 성장하기 위해서 어떤 가정이 필요한가?

3) (투자상품으로써) 투자자가 목표로 하는 성과를 달성할 수 있는가?(5년 내 3배수 회수 등)

 

그리고 이런 궁금증을 직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도구가 바로 유닛 이코노믹스다. 그래서 투자자들도 비록 아직 수익지표가 나타나지 않은 극초기 스타트업이라도 유닛 이코노믹스에 대해 질문할 수 있다. 직접적으로 '유닛 이코노믹스가 어떻게 되시나요?'라는 질문을 할 수 있고, 다른 문장으로 얘기했지만 결국 유닛 이코노믹스에 관한 질문을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답변이 크게 2가지 있다고 하면 어떤 창업자의 답변이 투자자 입장에서 더 매력적으로 느껴질까?

"현재 수많은 사용자들이 우리 제품에 가입해서 시간을 보내고 주요 기능들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초기에 Paid 광고를 중심으로 사용자를 계속 확보해 나갈 계획입니다. 앞으로 사용자들이 우리 제품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고, 어느 정도 사용자가 모이면 그 중에서 분명 상당수가 유료 구독으로 전환할 것이고, 그러면 의미있는 수익을 창출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아직 매출이 나오지 않지만, 선행 지표를 고려했을 때 활성 사용자 중 25%는 과금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럼 유료 고객 한 사람 획득하는데 15,000원 내외의 비용이 예상됩니다. 현재 고려하고 있는 구독모델은 월구독료 10,000원을 기본 모델로 기획하고 있으며, 제품을 만들고 나면 특별히 소요되는 추가비용이 없기에 구독자가 2개월 이상만 유지하면 고객획득비용을 충분히 회수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이는 다른 어떤 SaaS 벤치마크와 비교해도 월등히 매력적인 수치입니다.  

 

물론 정답은 없겠지만, 사람은 어느정도 이야기가 매력적이면 여기에 확신을 갖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 확신은 대개 논리적인 숫자가 가져다준다. 여기서 더 첨언하자면, 사람들은 그 숫자가 얼마나 통계적으로 논리적으로 정확한지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확실성'이며 이는 숫자와 함께 창업자의 강한 확신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상 수익지표가 아직 없는 극초기 스타트업이 유닛 이코노믹스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글쓴이 개인의 생각을 정리해 봤다. 모든 내용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각자 필요한 부분을 취사선택하여 활용하길 바라며 <린스프린트 유닛 이코노믹스 플레이북> 시리즈를 마무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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