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가격 타당성 진단 및 검증 (Diagnose and Validate your pricing feaseability)
지난 포스팅에서 포괄적인 가격 전략을 수립하는 프레임워크를 체크리스트와 함께 설명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참조하면 된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초기 스타트업의 가격(또는 가격 정책)의 타당성을 어떻게 진단하고 검증할 수 있을지에 대한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1. (가설 수준의) 가격이 타당한 지 여부를 검증해야 하는 이유
본격적인 제품 론칭 또는 유료화 전에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격, 가격 정책이 타당한 지를 꼼꼼하게 확인해야 하는 이유에는 크게 3가지 있다.
첫 번째, 본 플레이북 시리즈의 1편에서 언급했듯이 가격은 이익을 결정하는 핵심 동인이기 때문에 가장 최적의 가격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이익은 아래 방정식으로 계산할 수 있다.
이익 = 매출액 - 비용
= (판매량 x 가격) - 비용
이론적으로 판매량에 변화 없는 선에서 고객이 최대로 수용할 수 있는 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면, 아무런 조치나 개선 없이도 순이익을 증가시킬 수 있다.
본래 가격 : 10,000원, 판매량 : 1,000개, 1,000개 판매에 따른 총 비용 : 9.500,000
- 본래 가격 기준 이익 및 이익률 : 500,000원 (5%) <- 10,000 x 1,000 - 9,500,000
수정 가격 : 10,300원 (3% 인상), 판매량 및 총비용은 전과 동일 (1,000개 / 9,500,000원)
- 수정 가격 기준 이익 및 이익률 : 800,000원 (7.8%) <- 10,300 x 1,000 - 9,500,000
정리하자면 판매량의 영향없이 가격을 3% 더 받을 수 있다면, 이익은 무려 60%가 증가(50만 -> 80만)
두 번째, 대부분의 비즈니스 모델은 한 번 가격을 책정하고 나면 당분간 인상하기 힘들다. 어떻게 보면 초기에 가격을 잘 결정해야 하는 현실적인 이유가 되겠다. 우선 가격을 한 번 정하고, 대다수의 고객이 인지하게 되면 가격을 좀처럼 올리기 힘들어진다(특히 가격 탄력성이 높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경우는 더더욱 가격 인상이 힘들다).
일례로 글쓴이가 즐겨 쓰는 SaaS 중 Dropbox가 있는데, 2015년 유료 서비스를 사용한 이래 가격 인상이 단 한 번 있었을 정도로 가격은 자주 인상하거나 바꾸기 힘들다(1년 요금 $99 -> $119.88).
특히 SaaS와 같이 고객으로부터 월간, 연간 반복매출이 발생하는 비즈니스의 경우 시작할 때 최대한 타당한 수준에서 가격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 (물론 항공권, 숙박 상품 판매 등 기본적으로 Dynamic Pricing이 적용되는 비즈니스는 해당 이유가 적용되지 않음)
세 번째, Positive Unit Economics 달성 가능성 여부를 가늠해볼 수 있다. 유닛 이코노믹스(Unit Economics)는 비즈니스의 최소 한 단위의 채산성을 기반으로 전체 비즈니스 모델의 채산성을 분석하는 도구이다. 대부분의 초기 비즈니스는 당장 판매량이나 고객의 규모를 만들기 힘들기 때문에 현금흐름은 당연히 순유출 상태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현금흐름이 순유출에서 순유입 상태로 전환되면서 '그동안 깎아먹었던 이익을 벌충해야 할 텐데 이런 상황을 과연 만들 수 있는가?',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걸릴 것이며, 어느 정도의 규모(판매량 혹은 고객 수)가 필요한가'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의 (가설 수준의) 가격을 기준으로 현재 혹은 미래에 목표 단위 비용을 가지고 계산했을 때 이익으로 전환되는 시점과 그 규모가 합리적인 수준인지를 제대로 분석하고 판단하기 위해서라도 적절한 가격 결정이 필요하다.
2. 가격 타당성 진단하기
그럼 우리가 내부적으로 설정한 가격이 과연 타당한 지 여부를 어떻게 진단해볼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해서 뚜렷한 방법론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초기 창업자 입장에서 시도해 볼 수 있는 방법은 가격 타당성에 대해 논리적으로 말이 되는지 사고실험을 순차적으로 하는 방법이다.
가격 타당성을 사고실험으로 진단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1)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격은 얼마인가?
2)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의 단위 비용은 얼마인가?
3) 단위 가격과 비용을 고려했을 때 단위 당 공헌이익이 남는가? (단위 가격 - 단위 비용 = 단위 당 공헌이익)
4) 시장의 유사 경쟁재 혹은 대안재의 가격은 어떠한가? 그 가격과 비교했을 때 우리 제품의 가격이 합당한가?
5) 현재 단위 당 공헌이익으로 전체 손실에서 이익으로 전환되기 위해 필요한 판매량 또는 고객수(일종의 BEP, Break-even Point)는 얼마나 되는가?
6) 시장 규모를 고려했을 때, BEP 달성에 필요한 판매량 또는 고객수가 합당한가?
7) 현재 성장세 혹은 단기 목표 성장률을 고려했을 때 BEP 달성에 소요되는 기간이 합당한가? 그때까지 자금의 문제없이 버틸 수 있는가?
각 질문마다 어떤식으로 사고 실험이 진행되는지 예시를 들어보겠다. 3편에서 예시를 삼았던 'AI 챗봇 기반 코칭 서비스'를 그대로 가지고 사고실험을 해보겠다. (기본 조건 : 월 구독료 9,900원 / 서비스 운영에 따른 월 변동비 1,000원)
1)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격은 얼마인가?
- AI 챗봇 기반 코칭 서비스 월간 구독 모델 : 계정당 월 이용료 9,900원
2)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의 단위 비용은 얼마인가?
- AI 챗봇 운영 비용 및 트래픽 비용 : 계정당 월 1,000원 수준
3) 단위 가격과 비용을 고려했을 때 단위 당 공헌이익이 남는가? (단위 가격 - 단위 비용 = 단위 당 공헌이익)
- 단위당 공헌이익 8,900원 (9,900 - 1,000)
4) 시장의 유사 경쟁재 혹은 대안재의 가격은 어떠한가? 그 가격과 비교했을 때 우리 제품의 가격이 합당한가?
- 가격 결정의 기준.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구독료에 부담을 느끼는 않는 수준으로 커피 2잔 수준의 가격으로 책정
- 시장 내 동일한 경쟁재는 존재하지 않음. 다만, 비대면 방식이라도 코칭을 1시간 세션 받는지 대략적으로 3~5만 원의 비용이 발생하므로 한 달 내내 비대면 코칭 수준의 코칭을 받을 수 있다면, 코칭을 경험해 본 사람 입장에서는 9,900원 정도면 나쁘지 않다고 판단할 것으로 가정함
5) 현재 단위 당 공헌이익으로 전체 손실에서 이익으로 전환되기 위해 필요한 판매량 또는 고객수(일종의 BEP, Break-even Point)는 얼마나 되는가?
- 현재 인건비, 임차료 등으로 월 현금유출(Cash Burn)이 2,000만 원 수준임
- 현재 수준의 공헌이익 8,900원으로 20,000,000원의 현금유출을 보전하려면 유료 고객 약 2,250명이 필요함
- 또한, 현재 고객 획득에 소요되는 비용은 15,000원 수준으로 유료 구독 전환 후 2개월 정도면 고객획득비용을 회수할 수 있음
6) 시장 규모를 고려했을 때, BEP 달성에 필요한 판매량 또는 고객수가 합당한가?
- 정리하면 유료 전환 후 3개월 차 이상 고객 2,250명 이상이면 현재 사업체를 유지하는데 문제 없음
- 1차 목표 시장을 2030 직장인 중 코칭 방식으로 멘탈 케어에 관심을 가질 법한 고객 시장으로 정의했으며, 이런 수요를 지닌 잠재 고객이 500,000명 이상은 족히 될 것으로 추정함(가정 상태. 추후 검증 혹은 논리적 백업 필요)
- 2,250명이면 전체 목표 시장 중 약 0.5% 수준으로 만약 우리가 제대로 시장에 안착한다면 획득 못할 점유율은 아니라고 판단됨
- 더 나아가 목표 시장의 5%인 25,000명만 획득해도 우리의 연간 매출액은 30억 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됨
7) 현재 성장세 혹은 단기 목표 성장률을 고려했을 때 BEP 달성에 소요되는 기간이 합당한가? 그때까지 자금의 문제없이 버틸 수 있는가?
- 현재 고객획득비용이 약 15,000원으로 Payback Period는 2개월 수준임.
- 추후에 고객획득비용을 5,000원 이하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임 (LTV : CAC 비율 매우 높을 것으로 기대)
- 기본적인 서비스 및 AI 모델은 구현이 완료된 상태이기 때문에 이 제품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투자가 거의 필요 없을 것으로 예상. 추후 신제품 로드맵 기반으로 자금 조달 계획 수립해도 무방함
이런 식으로 각자 비즈니스 모델과 가격정책에 대한 타당성을 검증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런 사고실험의 전제는 현실이 아닌 창업자의 핵심 가정을 중심으로 구현된 가상의 세계에 대한 시뮬레이션이기 때문에 당연히 각 가정에 대한 검증과 실제 검증 과정에서 핵심 가정에 대한 중대한 변화나 오류가 발생하면 해당 모델을 폐기하고 다시 모델링하는 것이 필요하다.
3. 가격 테스트 하기
종종 책정한 가격에 대해서 정량적인 지표를 얻기 위한 실험 또는 테스트(엄밀히 말하면 실험과 테스트는 뜻이 차이가 있으나 여기서는 구분하지 않고 사용)를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가격 가설을 검증하기 위한 테스트 방법으로 A/B Testing이 거론되기도 한다. 이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먼저 밝히자면, 물론 비즈니스 유형에 따라 정량적인 방식으로 가격을 끊임없이 테스트하면서 최적 가격을 찾아가는 것이 유용한 모델도 있지만, 대부분의 초기 스타트업 레벨에서 A/B Testing으로 가격을 테스트하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가격 정책을 A/B Testing 할 필요가 없는 이유에 대해서 굉장히 공감하는 글을 소개하고자 한다. 아래 간단하게 3가지 이유를 정리했지만, 보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참조하면 된다.
위 참조자료에서 제시한 가격전략을 A/B Testing 하지 말아야 하는 3가지 이유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프라이싱에서 통계적 유의성은 거의 불가능하다. 통계적 유의성을 지니려면 일정 규모 이상의 인원이 테스트에 참여해야 하는데 이 경우 고객 숫자가 한정적인 B2B 비즈니스는 거의 불가능하고, 설사 매일 수천 명의 트래픽이 발생하더라도 현실적으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2) 고객을 화나게 만든다. 테스트 과정에서 같은 제품을 어떤 고객은 10,000원에 사고, 또 어떤 고객은 30,000원에 샀다고 가정해 보자. 만약 30,000원에 제품을 구매한 고객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기분이 어떨까? 아울러 종종 정가는 의미 없는 가격을 정해놓고 할인율을 변동하는 식으로 가격을 조절하는 경우도 볼 수 있는데, 이 경우에도 결국 고객이 인식하는 제품의 가격은 자신이 본 할인가 중 가장 저렴한 가격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가격 이하로 내려오지 않는다면 오히려 제품을 구매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편의점에서 2+1 행사를 많이 하는 제품은 행사 때만 구매하지 정상가로는 편의점에서 절대 구매하지 않는다)
3) A/B Testing은 상대적이다. A/B Testing은 어디까지나 다양한 변수 중에 가장 우세한 변수를 밝혀낼 뿐이지 그 변수가 절대적으로 우월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테스트는 아니다. 그러므로 설사 다양한 테스트를 통해 하나의 가격을 도출했다고 하더라도 그 가격이 절대적으로 최적의 가격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현실적인 가격 타당성을 검증하는 방식은 고객별 인터뷰 혹은 FGI를 통해 도출한 정성적 인사이트를 기반으로 최대한 적절한 가격을 찾아나가는 방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프라이싱이 참 어려운 것 같다.
이상 우리의 가격 가설에 대한 타당성을 진단하고 검증하는 접근법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프라이싱 플레이북의 마지막 포스팅으로 행동경제학 기반의 유용한 프라이싱 전술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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