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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당장 활용할 수 있는 프라이싱 전술들 (Pricing Tactics)

2023. 3. 20. 09:03

지난 포스팅에서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가격(가설)이 타당한 지 여부를 자가 진단할 수 있는 접근법에 대해 다뤘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참조하면 된다.

 

 

초기 스타트업을 위한 프라이싱 전략 플레이북 - 5) 가격 타당성 진단 및 검증 (Diagnose and Validate yo

지난 포스팅에서 포괄적인 가격 전략을 수립하는 프레임워크를 체크리스트와 함께 설명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참조하면 된다. https://acquiredentrepreneur.tistory.com/120 초기 스타트업을 위

acquiredentrepreneur.tistory.com

 

이번 포스팅은 '프라이싱 전략 수립 플레이북' 시리즈의 마지막 편으로 우리의 잠재고객이 심리적 혹은 행동경제학적 관점에서 회사의 수익성 증대에 기여하는 선택을 유도하는데 활용할 수 있는 프라이싱 전술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행동경제학 관점에서 활용할 수 있는 프라이싱 전술에는 다음 5가지가 있다.

주요 프라이싱 전술
1. 앵커링 효과(Anchoring Effect)
2. 미끼 효과(Decoy Effect)
3. 지불고통 최소화(Reducing the pain of paying)
4.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
5. 보유 효과 (Endowment Effect)

 

본 포스팅에서는 5가지 전술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과 예시, 그리고 초기 스타트업 입장에서 어떻게 활용할 지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정리하겠다.

 

1. 앵커링 효과(Anchoring Effect)

첫 번째 소개하고자 하는 프라이싱 전술은 앵커링 효과를 활용하는 전술이다. 앵커(Anchor)는 문자 그대로 닻을 의미하는데, 앵커링은 닻을 내려서 배를 정박하는 것을 의미한다. 앵커링 효과는 마치 닻을 내려 배를 정박하면 그 닻을 중심으로 거의 움직임이 없는 것처럼 고객에게 일정한 기준을 제시하여 그 기준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판단하게 하는 효과를 의미한다.

 

프라이싱에서 앵커링 효과를 활용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가격을 제시하기 전에 고객에게 먼저 기준이 되는 가격(주로 제품이나 서비스가 지니고 있는 잠재 가치의 총합)을 제시하고 그 기준점을 토대로 우리의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격이 얼마나 경쟁력있는 가격인지를 어필하는 방법이다.

 

앵커링 효과를 활용한 대표적 사례는 2010년 스티브 잡스가 아이패드를 세상에 첫선을 보이면서 그 가격을 극적으로 프레젠테이션한 것을 들 수 있다. 아이패드와 같은 태블릿 PC에 대한 가치기준이 전무했던 시기에서 곧바로 $499의 가격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패드가 할 수 있는 기능들을 개별 디바이스로 구현하려면 $999 정도 되지만, 오히려 실제 가격은 이에 절반 수준인 $499로 제시함으로써 그 가격이 저렴해보이는 느낌을 줄 수 있었다.

아이패드 가격을 설명하고 있는 스티브 잡스 : https://www.youtube.com/watch?v=QUuFbrjvTGw

이렇게 앵커링 효과는 우리 제품에 대한 가격을 부연설명할 때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치를 고객이 정량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대표적인 대안재 혹은 포함한 가치의 총량을 금액으로 보여주고 그 금액대비 훨씬 낮은 실제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 가격을 제시함으로써 현재의 가격이 소위 말하는 혜자스러운 가격임을 어필하는 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2. 미끼 효과(Decoy Effect)

두 번째 프라이싱 전술은 디코이 효과를 활용하는 것이다. 디코이(Decoy)는 우리나라 말로 '미끼'를 의미하며, 디코이 프라이싱은 말 그대로 고객이 특정 가격대를 선택할 수 있도록 미끼를 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디코이 프라이싱 전술이 만연한 곳이 바로 영화관인데 영화관에 가보면 팝콘이 S, M, L 세가지 사이즈로 판매하며 대개 S는 너무 작고, L은 너무 과도해보여서 M사이즈를 선택하게 되는데 이런 구매 심리를 만드는 것이 디코이 프라이싱이다.

 

디코이 프라이싱의 대표적 사례는 경제잡지 이코노미스트의 온라인 에디션 가격 정책을 들 수 있다. 1997년을 기준으로 본래 이코노미스트 웹사이트에서 정기구독 옵션은 2가지로 각각 $59짜리와 $125가 있었다. $59짜리는 온라인으로 기사를 볼 수 있는 옵션이었고, $125짜리는 온라인으로 기사를 볼 수 있는 권한에 1년 간 실물 잡지를 배송해주는 옵션이었다. 2가지 옵션을 고객에게 제시했을 때 약 68%의 고객이 $59짜리 구독요금제를 선택했다.

 

$125짜리 구독요금제의 판매를 증가하고 싶었던 이코노미스트는 종전 요금제에 미끼가 되는 하나의 요금제를 추가했는데 이는 $125의 가격으로 1년 간 이코노미스트 잡지를 오프라인으로 배달하는 요금제였다. 이 요금제는 오프라인 배달과 온라인 기사 조회 모두 가능한 $125짜리 옵션과 가격이 동일한데 구성이 더 빠지는 옵션으로 실제 이 옵션을 선택할 고객은 없을 것이라 기대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이런 미끼 요금제가 추가되고 나서부터는 $59짜리 요금제보다 $125짜리 요금제를 선택하는 비중이 늘어났는데 미끼 요금제가 신설된 이후의 구독 비율을 보면 $125짜리 요금제를 구독하는 비중을 84%에 달했다고 한다. 1년 간 오프라인 잡지만 구독할 수 있는 $125짜리 요금제는 요금제 그 자체는 고객에게 무가치했지만, 오히려 같은 가격에 1년 간 오프라인 잡지를 구독하면서 온라인 기사까지 조회할 수 있는 요금제의 가치를 훨씬 돋보이게 만들어 줬다.

디코이 프라이싱의 대표적 사례, 이코노미스트 온라인 구독 가격 정책

디코이 프라이싱을 스타트업이 활용하기 위해서는 주력으로 삼는 요금제가 보다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 미끼 요금제를 판매 여부와 상관없이 고객에게 제시하는 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 미끼 요금제는 선택을 받지는 못하겠지만, 우리가 주력으로 팔고자하는 요금제를 더욱 매력적으로 보여주는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다

 

 

3. 지불고통 최소화(Reducing the pain of paying)

세 번째 프라이싱 전술은 고객의 지불고통을 최소화하는 전술이다. 결제 전후 과정에서 실제 돈을 지불하는데서 기인하는 고통을 최소화함으로써 구매 전환율을 보다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대표적인 행동경제학자 댄 애리얼리에 따르면, 소비자는 돈을 지불하는 과정에서 고통을 느낀다고 한다. 그래서 소비를 줄이고 싶으면 소비할 때마다 신용카드보다 직접 현금을 지불하면 훨씬 지불에 대한 고통을 느끼며 지출을 억제할 수 있다고 한다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고객이 소비할 때 지불하는 과정을 그냥 지나치게 하거나 최대한 회피할 수 있다면 더 많은 소비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상당수의 비즈니스 모델에서는 지불고통을 최소화하거나 없애려는 노력에 집중한다. 예를 들어 커머스 서비스의 경우 구매금액을 결제할 때 신용카드 16자리 번호와 비밀번호를 모두 입력하기 보다는 6자리 간편결제 비밀번호를 입력하게 함으로써 지불고통에 대한 노출을 최소화한다.

 

고객의 지불고통을 아예 건너뛰려는 시도를 하는 수익모델이 있는데 바로 정기구독 모델을 취하는 경우다. 대부분의 정기구독 모델은 한 번 결제 수단을 등록하면 해당 결제 수단으로 정기적으로 결제를 받도록 시스템을 세팅한다. 심지어 첫 달 무료 혜택을 제공할 때 우선 다음달 요금을 결제할 카드 정보를 미리 등록하게 한다. 이런 접근이 지불고통을 최소화하는 전술 일체이다

전자책 대여 구독 서비스 리디셀렉트의 신규회원 결제 프로세스 (2022년 기준)

 

지불고통 최소화 전술을 스타트업이 활용하기 위해서는 정기구독 모델을 활용하거나 혹은 고객이 익숙하게 사용해서 지불고통을 채 느끼지 않는 방식으로 결제하도록 고객 구매경험을 디자인하는 방법이 일반적일 것이다. 초기에 제품을 먼저 경험할 수 있도록 1개월 무료 혹은 1회 무료 이용 기회를 제공할 때 결제 정보를 먼저 수취할 수 있다면, 추후 무료 이용이 종료된 후 자연스럽게 유료 구독으로 전환할 수 있다. 

 

물론 이때 유의해야 할 사항은 자칫 구독 취소에 대한 알람이 없거나 무료 사용 기간 전 서비스를 해지하려는 과정이 너무 복잡하고 불편하면 이는 이대로 고객에게 좋지 않은 사용 경험을 제공하게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무료 사용에 따른 결제 정보를 먼저 입력받기 위해서는 입력하는 사람 입장에서 불편함과 거부감 없이, 그리고 무료 사용 전에 고객의 의사에 따라 유지할 지 해지 할 지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4.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

네 번째 프라이싱 효과는 프레이밍 효과를 활용하는 전술이다. 프레이밍 효과는 문제의 표현 방식에 따라 동일한 사건이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대상의 생각이나 행동이 달라질 수 있는 효과를 의미한다. 대표적인 프레이밍 효과로는 물이 반쯤 들어있는 컵을 보고 사람에 따라  '물이 반밖에 없네'라는 부정적 반응과 '물이 반이나 있네'라는 긍정적 반응이 공존하는 것을 들 수 있다.

 

프레이밍 효과를 프라이싱에서 활용하는 대표적인 사례는 잠재 고객이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보다 저렴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연간 이용료보다 월간 이용료로 쪼개서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거의 대부분 SaaS나 정기구독 비즈니스에서 활용하는 방식으로 아래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 Dropbox의 요금제 소개 화면을 보면, 연간 결제기준의 가격이지만 표현은 월 단위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Plus 요금제의 경우 실제 결제시 $119.88이 결제되지만 가격은 월 단위인 $9.99으로 표현)

Dropbox의 요금제 소개 페이지(2023년 3월 20일 기준)

스타트업이 프라이싱에 프레이밍 효과를 활용하는 방법으로는 연간 혹은 총 결제 요금을 월간 또는 회당 요금으로 줄여서 보여줌으로써 심리적으로 저렴해보이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혹은 가격의 끝전을 990원 혹은 $0.99으로 끝나게 하는 가격도 전통적인 프레이밍 프라이싱 중 하나다. 다만 활용시 유의할 점은 너무 노골적으로 프레이밍 효과를 활용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줄 수 있다는 점이다. 

 

 

5. 보유 효과 (Endowment Effect)

마지막 전술은 보유 효과를 활용하는 전술이다. 보유 효과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소유물이나 혜택, 기능 등을 그것을 갖고 있지 않을 때보다 그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서 보유 효과는 자신이 본래 가지고 있던 것을 남에게 주거나 포기하는 것을 마치 '손실'로 인식하는 효과까지 포함한다.

 

대표적인 보유 효과를 활용한 프라이싱 전술에는 '무제한 환불 보증제'가 있다. 우선 제품을 구매하고 마음에 안 들면 이유불문하고 기간내에 무조건 환불해주는 제도는 일단 고객이 제품을 구매해서 그 소유권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데 목적이 있는 제도다. 일단 내 물건이라고 생각하면 귀찮아서 혹은 가치가 있다고 여겨서 환불없이 왠만하면 계속 사용하는 것을 노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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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 '옵션 요금제'도 보유 효과를 활용한 대표적인 프라이싱 전술이다. 여기서 옵션을 활용하는 것은 기본 모델에서 옵션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풀옵션 모델에서 옵션을 빼도록 설계하는 것을 의미한다. 풀옵션 차량에 대해 5,000만 원의 가격을 인식하고 나면 옵션을 제거하여 가격을 낮출 수도 있지만, 옵션 제거에 따른 상실감이라는 보유 효과 발현으로 옵션 제거에 주저하고 왠만하면 풀옵션 모델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초기 스타트업이 보유 효과를 활용하는 방법으로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이 매우 낮은 경우 환불을 무조건 보장하는 정책을 도입하는 것을 들 수 있다. 대부분의 SaaS에서 1개월 무료 이용 혹은 무료 체험권을 제공하는 것도 이와 유사한 맥락이다. 아울러 고객이 제품이나 서비스 사용하는 기능 또는 양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인 경우에는 풀옵션에 해당하는 가격을 먼저 보여주고 여기에서 오히려 안쓰거나 필요없는 기능, 양을 제거하여 실제 이용 가격은 더 낮을 수 있다는 것을 어필하는 식으로도 활용할 수 있겠다.

 

이렇게 총 5가지의 대표적인 프라이싱 전술을 소개해봤다. 행동경제학 기반의 프라이싱 전술을 활용하는데 유의할 점이 있는데 바로 아래와 같다. 이를 유의해서 보다 매력적인 프라이싱 모델을 제공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1) 프라이싱 전술을 복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앵커링 효과와 디코이 효과를 동시에 활용해서 가격정책을 표현한다는 식이다.

 2) 소비자 입장에서 자연스럽게 전술이 노출돼야 하지 눈에 뻔한 '꼼수'처럼 무리하게 노출하거나 인식시키려고 하면 안 된다.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너무 가격이 990원 끝전으로 다 떨어지거나 3개의 가격 정책 중 최고가 가격은 너무 비싸서 누가봐도 미끼처럼 보이거나 하면 오히려 반감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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