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의 3가지 인격 - 기술자, 관리자, 그리고 기업가
'작은 창업기업(Small Business)가 망하는 가장 큰 원인은 창업자 본인이 기업가보다 기술자의 경향이 더 강했기 때문이다'
8년 전 '기업가 정신' 과목을 수강하면서 아마 강의 첫 날에 들었던 내용으로 기억한다.
갑자기 8년 전 강의장에서의 한 줄을 꺼내든 이유는 최근 '기업가 정신'을 주제로 강의를 준비하기 위해 자료 조사/정리를 하는 과정에서 위의 의미를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작은 사업을 시작하려고 하거나 운영하고 있는 분들에게 즐겨 추천하는 책이 몇 권 있는데, 그 중 한권이 바로 '사업의 철학'이다. 책에서 창업을 하는 사람에게는 크게 3가지의 인격이 나타난다고 서술하고 있다. 바로 기술자, 관리자, 그리고 기업가의 인격이다. 각 인격별 특징을 간단하게 서술하면 아래와 같다.
1) 기술자 (Technician) : 실무를 실행하는 사람으로 현재에 집중한다
2) 관리자 (Manager) : 실용적 관점에서 조직과 사업을 관리하는 사람으로 주로 과거에 집중한다.
3) 기업가 (Entrepreneur) : 시장에서 니즈를 발견하고 사업 기회를 발굴하는 사람으로 미래에 집중한다.
책으로 다시 돌아오면 대부분 작은 기업을 창업하는 사람은 자신이 그동안 잘 해온 것(주로 기술)을 기반으로 창업하는데 이때도 기술자 시절의 인격을 버리지 못하고 예전에 하던 버릇 그대로 사업을 하다가 결국 제풀에 지쳐 한계에 다다른다고 한다.
간단하게 요약하면 경제적, 시간적 자유를 꿈꾸며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을 가지고 창업을 했는데, 정작 일하는 시간은 피고용인일때보다 많지만, 손에 쥐는 돈은 더 적어 창업을 안하느니만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서 지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놓인 기술자의 인격을 지닌 창업자가 하는 일반적인 선택은 자신의 경영관리 전반의 업무를 대신해 줄 관리자를 고용하는 것이다. 관리자를 고용한 창업자는 안도의 한숨을 쉰다. 그리고 자신이 가장 잘하고 사랑하는 기술적인 업무에 집중한다. 관리자는 창업자가 본연의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관리를 하고 필요하면 사람을 채용하고 업무를 분담/지시를 한다.
그렇게 한동안 평화롭다가 창업자가 본인의 사업을 둘러보면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보통 작은 사업에서는 업무의 대부분은 창업자가 다른 직원들보다 절대우위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창업자 입장에서는 박스 포장같은 업무조차도 직원들이 하는 모습이 매우 어설프고 답답하게 느껴진다. 이렇게 하나 둘 자신이 잘하는 것을 다시 창업자가 도맡아 하다보면 창업자는 결국 번아웃에 다다르게 된다.
이때 창업자는 선택을 해야 한다. 첫 번째 선택지는 규모를 예전처럼 다시 축소해서 운영하는 것이다. 이 선택지는 당장은 창업자에게 안정을 가져다주겠지만, 규모를 축소한다는 것은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사업체가 소멸되는 것으로 귀결된다. 두 번째 선택지는 안전지대를 벗어나 사업을 성장시키는데 전력투구를 하는 것이다. 사업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기업가의 '관점'으로 사업을 운영해야 한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사업의 철학'이라는 책을 보면 되는데, 결국 기업가는 기술자와 다르게 일 자체 보다는 거시적 관점에서 '사업을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가?' 질문하며 명확한 비전과 목표로 구체적인 사업 모델을 그리고 이를 실행해나간다.
시장에서 기회를 포착하고, 그 기회를 현실화시키기 위한 체계적인 계획(비전, 목표 포함)을 세우고 이를 실행하는 사람이 기업가이다. 이때 실행은 반드시 기업가 본인이 할 필요는 없다. 실행에 가장 적합한 사람(기술자)에게 일을 위임하고 기업가는 보다 더 중요하고 본질적인 것에 집중해야 한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대부분의 작은 비즈니스가 망하는 이유는 창업자 본인이 기업가의 관점에서 사업을 시작/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자, 관리자의 관점에서 사업을 시작/운영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창업을 하고자 하는 사람은 우선 내 안에 기업가의 인격이 있는지 자문하고 없다면 먼저 기업가의 인격을 내재화할 수 있도록 노력이 필요하다.
업무의 특성상 많은 창업자들을 만난다. 돌아보니 나를 비롯하여 내가 만난 창업자 대부분도 기업가이기 보다는 기술자, 관리자에 더 가까웠다. 생각해보면, 기술자 혹은 관리자의 인격이 지배하고 있는 창업자가 말하는 자신의 창업아이템, 사업모델 등은 들어도 가슴이 뛰지 않았다. 본인이 하는 사업과 시장의 기회와 가능성보다는 제품/서비스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세세한 운영계획에 대한 이야기가 주된 주제였기 때문이다.
기업가는 제품과 서비스, 그리고 운영의 세세한 계획을 얘기하기보다는 상대방이 기업가의 비전과 포부에 매료되서 구체적인 제품과 서비스, 그리고 운영 계획을 '더' 듣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기업가는 시장 기회에 대해 남들보다 조금 먼저 알아차릴 수 있는 소수 고객에게 집중하며 이들을 우선 매료시키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럼 어떻게 하면 극소수의 잠재고객(얼리어답터)을 매료시킬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변은 내가 최근에 읽었던 '마케팅 천재가 된 맥스'라는 책에서 어느정도 힌트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마케팅 천재가 된 맥스는 비즈니스 소설로 고대 이집트를 배경으로 인류 최초로 '바퀴'를 발명한 맥스가 어떻게 바퀴를 판매하기 시작하고, 사업을 확장/운영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장 태동기부터 성숙기까지의 마케팅 전략에 대해 인사이트를 담고 있는 책이다.
이 책에서는 분명 인간에게 엄청난 가치를 주는 바퀴를 발명했지만, 초반 세일즈에 고전을 면치 못하는 맥스는 이 바퀴를 판매하기 위한 마케터로 '클로저 카시우스'를 영입한다. 그리고 클로저 카시우스는 바퀴를 살 만한 가능성을 지닌 초기 잠재고객을 알아보고, 이들을 찾아가 바퀴가 앞으로 가져다 줄 기회와 가치에 대해 열정적으로 프레젠테이션을 하면서 바퀴를 팔고, 세상에 바퀴라는 존재가 나타나고 사람들이 인지할 수 있도록 시장을 만들었다. 책에서는 카시우스 외에도 3가지 유형의 마케터가 나오지만,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시장 기회를 포착하여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내고자 하는 기업가 입장에서는 클로저 카시우스의 이야기는 많은 영감을 줄 것이다.
창업자에게 나타날 수 있는 인격은 기술자, 관리자 혹은 기업가의 인격이다.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가치를 제공하고 큰 부를 일구는 영역의 창업은 기술자가 아닌 기업가의 관점에서 기업가정신을 바탕으로 추진해야 한다. 기업가 정신이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인지 후천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의견이 나온 것은 없다. 몇몇 리서치에는 기업가는 만들어지기 보다는 태어난다고 한다. 하지만, 선천적으로 타고난 기질이어도 이런 기업가 기질을 포착(Catch)해야지 기업가로 성장할 수 있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
결국 우리는 기업가 자질을 갖고 태어났는지 아닌지는 그 자질을 포착하지 않는 이상 모르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내 안에 기업가 자질이 내재됐다고 믿고, 안전지대를 벗어나 이를 발견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 과정 및 과정에서 드는 생각을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위해 글로 정리하고자 한다.
린스프린트 김정수 대표 / jskim@leansprint.kr
<참조자료>
- 사업의 철학 (마이클 거버)
- 마케팅 천재가 된 맥스 (제프 콕스, 하워드 스티븐스)
- https://www.entrepreneur.com/article/3080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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