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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창업자, 초기 스타트업 또는 사내벤처팀을 대상으로 비즈니스 모델 수립/진단 관련 교육, 코칭 등을 많이 하다보면 자주 경험하는 바가 있다.

 

바로 이들이 하고자하는 비즈니스 아이디어, 비즈니스 모델들이 과거에 다른 사람이 생각했던 것들과 거의 똑같을 정도로 유사하다는 것이다. 보다 정확하게 얘기하면 해결하고자 하는 고객 문제와 그 해결 방안이 매우 유사하다는 것이다. 이런 비슷한 아이디어들에는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해결하고자 하는 고객 문제가 단순하고 1차원적이라는 것이다.

 

해결하고자 하는 고객 문제가 단순하고 1차원적이라는 것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수준의 문제로 대개 구체적이기 보다는 추상적으로 문제를 정의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어떤 브랜드를 선택해야 하는지 어려움을 겪는데, 우리는 이런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위해서 엄선된 브랜드를 큐레이션해서 제공하고자 합니다.'라고 고객 문제와 그에 대한 해결안을 정의했다고 가정해보자.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어떤 브랜드를 선택해야 하는지 어려움을 겪는다'라는 문제 정의는 추상적이다. 설사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사람들도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에게 이러한 형태의 문제가 있을 수 있겠다고 짐작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러면 문제가 추상적으로 정의된 것이다.  문제가 추상적이니 당연히 따라오는 해결책도 '엄선된 브랜드를 큐레이션해서 제공'이라는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볼법한 밋밋하고 추상적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는 필자는 창업자 스스로는 본인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매우 구체적으로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얼마나 구체적이냐면 해당 문제를 듣는 순간 그런 문제를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도 머릿속에 구체적으로 그림이 그려질 수 있을 정도여야 한다.

 

반려동물 브랜드 큐레이션 서비스를 예를 들면, '이제 막 강아지를 입양해서 키우기 시작한 반려견주는 우리 강아지에게 알맞는 개사료나 장난감 정보를 구하는 것이 어렵다. 왜냐하면 어디서 어떻게 검색해야 할 지 모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네이버/구글 또는 유튜브에 '개사료 추천, 포메라니안 장난감 추천' 등 일반적인 키워드로 검색해야 하는데 이때 정보 수집 분석/판단하는데 소요되는 시간과 노력이 너무 들어서 정신적으로 쉽게 지치기 때문이다.'라는 식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보다 구체적으로 정의한다면 설사 개를 키우지 않는 사람도 머릿속에 해당 문제 상황이 그려지면서 그 문제가 얼마나 고통스럽게 다가오는지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다.

(참고로 필자는 개를 키우지 않아서 해당 문제가 진짜 문제인지는 모른다. 가설 상태로 실제 문제가 맞는지는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렇게 누가 들어도 구체적인 상황이 그려지면서 공감할 수 있는 해결하고자 하는 고객 문제를 정의하기 위해서는 실제 고객의 입장에서 어떤 부분이 진짜 문제인지를 발산하고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필자는 잠재 고객 페르소나를 그려보고, 페르소나가 경험하는 문제 전후를 기준으로 고객 여정지도 또는 고객가치사슬, 핵심 고객 과업을 단계별로 분류하여 각 단계별 문제/기대 문장을 도출하는 등의 방법을 주로 활용한다.

 

재밌는 것은 똑같이 이런 방법을 활용하는데 누구는 고객 본인도 인지하지 못하는 진정한 고객 니즈(Unmet Needs)를 발견하는데, 누구는 여전히 그저 그런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일반적으로 추상적인 니즈/문제를 발견한다.

 

'이 둘 간 차이는 무엇일까?'라는 의문이 항상 있었는데, 얼마 전부터 읽기 시작한 팀 허슨의 <탁월한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라는 책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새로운 고객가치명제나 비즈니스 아이디어, 비즈니스 모델을 도출하는 위한 워크샵 프로세스는 크게 아이디어의 발산과 수렴 과정의 반복으로 구성돼 있다.

 

통상 문제를 발견하는 단계에서는 최대한 고객 문제를 발산하고, 이후 몇 가지 기준에 따라 해결할 가치가 높은 문제를 정의한다. 문제 정의하는 단계에는 최대한 발산한 문제를 솎아 낸다.

 

해결할 문제를 정의했으면 이번에는 같은 발산-수렴 과정을 거쳐 해결책 아이디어를 도출한다. 

 

대부분의 디자인 씽킹 방법론이 기초가 되는 워크샵이 개별 프로세스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아래와 같이 두 번의 발산-수렴 과정을 거치는 더블 다이아몬드 형태를 취한다.

디자인씽킹의 더블다이아몬드 모델 : https://empathizeit.com/design-thinking-models-the-double-diamond/

근데 문제는 발산 과정에서 탁월한 아이디어가 나올만한 충분한 양의 아이디어를 쏟아내지 않는다는 데 있다.

 

<탁월한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서는 적절하게 좋은 아이디어는 탁월한 아이디어를 가로막는 장애물이라고 얘기한다. 그러면서 이유가 브레인스토밍 등을 아이디어 발산 도구를 통해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를 발산하는데 대개 적절하게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면 다들 거기에 만족하고 매몰돼 더이상 앞으로 진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전체 과정을 3등분으로 나누면 첫번째 3분의 1에 해당되는 지점이다.

 

그런데 사실 탁월한 아이디어는 첫번째, 두번째 3분의 1을 지나 세번째 3분의 1 지점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 물론 세번째 3분의 1을 거쳐도 처음 나왔던 아이디어보다 탁월한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대개 워크샵에서 참가자들은 스스로 적절하게 좋은 아이디어에 발목 잡혀 탁월한 아이디어를 도출할 기회를 저버린다는 것이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고객 문제나 문제 해결을 위한 솔루션 아이디어를 리스트업할 때 꽤 괜찮은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해서 만족하지 말고 더 나아가 정말 더 이상 낼 아이디어가 없을 때까지 시간을 들여 머리를 쥐어짜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필자가 제안하는 것은 도출하고자 하는 아이디어의 개수를 미리 설정하는 것이다(50~100개). 그리고 20번째쯤 괜찮은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해서 중간에 멈추지 않고 50번 또는 100번째 아이디어까지 끝까지 도출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저 그런 추상적인 고객 문제에 매몰되는 이유로는 아이디어 발산과 수렴과정에서 각각 창의적 사고와 비판적 사고를 분리해서 적용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는다는 점이 있다.

 

아이디어 발산이 필요한 단계에서 창의적 사고와 비판적 사고가 혼용되면 워크샵 참가자들의 의욕을 저하시키는 부작용을 유발하게 된다. 이는 결국 아이디어 생성을 위해 제시한 아이디어들이 다른 참가자의 비판적/판단적 사고에 제지되거나 차갑게 식어버림으로써 우리가 해결하고자 하는 고객도 모르는 진짜 니즈/문제나 혹은 누구나 쉽게 생각지 못하는 창의적인 해결책이 나올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해버리는 문제로 귀결된다.

 

브레인스토밍법은 처음 고안한 알렉스 오즈번은 '효과적인 브레인스토밍 시간을 위한 4가지 필수 원칙'을 아래와 같이 정의했다.

 

 1. 비판은 배제한다. 아이디어에 대한 부정적 판단은 나중에 보류한다.

 2. 자유분방함을 환영한다. 터무니없는 아이디어일수록 더 좋다. 생각을 풀어놓는 것보다 길들이는 편이 더 쉽다.

 3. 필요한 건 양이다. 아이디어 수가 많을수록 유용한 아이디어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진다.

 4. 조합과 개선을 추구한다. 참석자는 자기 아이디어를 내놓으면서 남의 아이디어를 더 나은 아이디어로 전환하거나, 둘 이상의 아이디어를 합쳐 또 다른 아이디어로 만들 방법을 제안해야 한다.

 

즉 발산과정에서 사용되는 브레인스토밍 시간은 '창의적 사고'만 활용해서 참여해야 한다. '비판적 사고', '논리적 사고'는 발산 이후 도출한 아이디어를 솎아내는 수렴 단계에서 적용하면 된다. 

 

그런데 많은 워크샵 참가자들이 자신 스스로 창의적 사고와 비판적 사고를 동시에 견지하면서 고객 문제 또는 해결책 발산에 참여하다보니 결국 참가자 상식 선에서 가장 합리적이고 적절히 좋은 아이디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우리가 진짜 해결해야 할 고객의 진짜 문제를 발견하기 위해 창업자가 가져야 할 생각 2가지는 아래와 같다.

 생각 1 - 적절하게 좋은 아이디어는 탁월한 아이디어의 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질보다 양'이라는 자세로 탁월한 아이디어를 발산할 때까지 끝까지 가봐야 한다.

 생각 2 - 창의적 사고와 비판적 사고는 분리해서 활용해야 한다. (발산단계 - 창의적 사고, 수렴단계 - 비판적 사고)

 

우리 제품/서비스가 해결하고자 하는 진짜 고객 문제를 정의하기 전(또는 고객 문제 가설 정의) 진지하게 고객의 관점에서 고객 문제를 도출하는데 편견없이 시간을 둬서 발산-수렴 과정을 거쳐본다면, 그렇지 않을 때보다 훨씬 구체적으로 듣는이를 설득할 수 있는 '해결할 가치가 있는 고객 문제'를 정의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글을 마무리한다.

 

[참조자료]

 - (책) 탁월한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팀 허슨)

 

- 끝 - 

린스프린트 김정수 대표 / jskim@leansprin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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