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한 4단계 접근법 (The Four Stages of Using Data to Manage your Startup)
어떤 스타트업이 있다. 이 스타트업은 고객으로부터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한다. 그리고 고객 데이터 분석을 통해 도출한 인사이트를 기반으로 폭발적인 성장(혹은 문제 해결)을 이끈다.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다. 그리고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거나 혹은 특정 제품/서비스를 책임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저렇게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인사이트를 도출해 현업에 적용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것이다. 실제 많은 창업자들이 고객 데이터 수집/분석에 관한 갈증이 있고, 시중에도 고객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도구에 관한 강의나 콘텐츠가 넘쳐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필자는 항상 '초기 스타트업은 어떻게 유의미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을까?' 혹은 '데이터라는 것이 정말 수집하고 분석하기만 하면 제품의 성공과 성장을 위한 무수한 인사이트를 가져다줄 수 있을까?' 등을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런 고민에 대해 어느 정도 인사이트를 줄 수 있는 글을 만나 본 포스팅에서는 해당 글을 요약 번역하면서 중간중간 내 생각도 정리하고자 한다.
스타트업 운영을 목적으로 한 데이터 활용에 어떤 단계를 거쳐야 하는가?에 대해 글로벌 VC Benchmark의 General Partner인 Sarah Tavel이 <The Four Stages of Using Data to Manage your Startup>라는 제목의 글을 공유했다. 원문은 아래 링크를 참조하면 된다.
sarahtavel.medium.com/the-four-stages-of-data-in-a-consumer-internet-company-835938a679c
글의 서두에서 Sarah Tavel(이하 글쓴이)은 최근 데이터가 강조되고 있지만,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한 목적 보다는 그럴듯한 대시보드를 관리하기 위해 데이터를 추적하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도구로써 데이터는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지만, 너무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오히려 독이 되기도 한다.
특히 제품에서 이미 유의미한 데이터가 발생하고 있고, 이를 효과적으로 수집/분석함으로써 성장을 위한 의사결정에 데이터 분석 내용을 활용하고 있는 기업에서 신생 스타트업으로 이직한 경우 데이터 수집/분석/활용 시스템 부재에 놀라고, 이를 넘어 무턱대고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활용하는 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하는 경우도 많다.
이에 글쓴이는 스타트업이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아래와 4단계를 순차적으로 거쳐야 하고 이 중 1,2단계를 건너뛰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만약 해당 단계를 건너뛸 경우에는 이에 대한 부채가 발생하게 된다). 스타트업이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 순차적으로 거쳐야 할 단계는 아래와 같다.
1단계 : 제품과 고객 간 적합성을 먼저 검증해야 한다 (First Principles >> Data)
- 데이터 분석을 통해 뭔가 도출하기에는 데이터의 양이 매우 적은 단계
- 정량적 데이터 분석보다는 정성적 사용자 리서치가 더 요구됨
- 데이터보다는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제품과 고객 간 적합성(Problem-Solution Fit 및 Product-Market Fit) 검증에 집중
이제 막 시작한 스타트업은 고객 모수가 제한적이고 이에 따라 수집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 또한 제한적이기 때문에 (정량적)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할 수 없고, 설사 데이터 수집/분석을 하더라도 이를 활용하여 어떤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지 파악하기 힘들다.
글쓴이는 아직 제품이나 서비스 조차 불완전한 초기 단계 스타트업은 데이터 수집/분석 시스템 구축을 고민하기보다는 제1원칙(First Principle)*에 입각하여 사용자 리서치(User Research)를 수행해서 우리 제품/서비스가 초기 얼리어답터 고객군을 중심으로 이들에게 진짜 가치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는지 그 적합성(Problem-Solution Fit 및 Product-Market Fit) 검증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제1원칙 : 자신(주로 창업자)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믿음과 목적을 기반으로 주어진 사안에 접근하고 결정을 내리는 자세를 의미한다(참조링크). 예를 들어 전기차 배터리팩 하나에 $600이 필요하면 이를 위해서 다른 곳에서 예산을 절감하는 것이 아니라, 제1원칙에 입각한 사고는 배터리팩을 저렴하게 만들기 위해 배터리팩의 구성요소를 분석하고 그 요소 하나하나 보다 저렴한 재료 만들 수 없는지 등을 고려하면서 문제의 근원으로 파고들 수 있다.
해당 단계를 건너뛰면 확장성 없이 특정 고객군만 좋아하는 제품/서비스에 머물게 된다.
2단계 : 핵심지표를 수립한다 (Deciding what to measure)
- 전제조건 : 제품 내 고객 활동을 데이터로 수집할 수 있는 역량 +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할 만큼 충분한 사용자 수 + 나름의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실험할 수 있는 역량
- 수집하고 있는 수많은 지표 속에서 허무지표와 실행지표를 구분하고 실행지표에 집중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기 위해서는 아래와 같은 전제 조건이 뒷받침돼야 한다.
- 제품 내 고객 활동을 데이터로 수집할 수 있는 역량 : 제품 내 고객 활동을 추적하고 데이터로 기록할 수 있는 역량을 의미한다. 웹사이트라면 Google Analytics를 활용해서 방문자를 식별하고, DAU, WAU, MAU, 이탈률, 세션에 머무는 시간 등 웹사이트 내 활동과 관련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할 만큼 충분한 사용자 수 : 통계적 유의성은 모집단에 대한 가설이 가지는 통계적 의미를 말하며, 어떤 실험 결과를 두고 통계적으로 유의하다고 하는 것은 확률적으로 봐서 단순히 우연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의미가 있다는 뜻이다. A/B 테스트 기준으로 실험 조건에 따른 최소 모수 숫자가 궁금하면 관련링크로 확인해볼 수 있다(관련링크).
- 나름의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실험할 수 있는 역량 : 가설을 수립하고 해당 가설의 참/거짓을 판단할 수 있는 기초적인 통계 지식을 기반으로 실험 계획을 수립하고 실험을 실행하는 역량 전반을 의미한다.
이렇게 지표를 수집할 수 있게 되면서 스타트업이 겪는 실수 중에 하나가 너무 많은 지표를 수집하고 관리한다는 점이다. Pinterest는 아직 초기 단계 스타트업이었던 글쓴이의 Pinterest 재직 시절, DAU, WAU, MAU, 방문자수, 포스팅 저장(repins라고 불림), 클릭, 팔로우 수, 좋아요 수, 체류시간, 가업자 등 거의 모든 지표를 측정하고 있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이렇게 많은 지표들 중에 어떤 지표가 우리 제품이나 회사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실행지표)인지 구별하고 이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이다.
해당 단계를 건너뛰면 성장과 관련 없는 허무지표의 최적화에 집중하며 불필요한 리소스를 낭비하게 된다.
3단계 :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수집/분석한다 (Data becomes a necessary BUT not sufficient tool)
- 제품/서비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함에 따라 창업팀의 고객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단계
- 데이터 분석 및 인사이트 도출을 위한 전문 도구를 활용해야 하는 단계
- 단, 데이터에 매몰되면 안 되고, 데이터가 전략을 대체할 수 없음을 인지
해당 단계에서는 어떤 데이터가 중요한 지 명확하게 알 수 있으므로 데이터를 활용한 의사결정이 가능하게 된다. 이 단계에서는 대개 제품이나 서비스가 초기 얼리어답터를 넘어 다양한 세그먼트의 유저들이 이용하게 된다. 그러면서 자연히 고객에 대해 창업팀이 지니고 있는 고객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기 시작하는 단계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데이터 수집/분석에 따른 고객 인사이트 도출이 중요한 단계다.
해당 단계에서 지속적으로 제품이나 서비스의 성장을 이끌기 위해서는 고객 데이터 수집/분석이 필수다. 그렇기 때문에 이 단계에서는 기업은 데이터 사용법을 배우고 Amplitude, Looker, Optimizely와 같은 데이터 분석 솔루션을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 유의할 점이 아래와 같이 2가지가 있다.
- 정량적 데이터가 중요하다. 하지만, 정량적 데이터로는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 소비자들이 어떻게 브랜드를 내재화하는지, 그리고 신규 사용자 제품에 대해 얼마나 어렵다고 느껴지는지 등을 알아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제1원칙을 상기하며 정성적 사용자 리서치 등으로 사용자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실험이 아닌 제품을 항상 전체적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
- 데이터가 판단이나 전략을 대체할 수 없음을 인지한다.
해당 단계를 건너뛰면 제품이나 서비스가 천천히 낙후돼 궁극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
4단계 : (제품 또는 기업)시스템 전체를 고려한다 (System impact)
- 특정 지표의 최적화에서 전체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하는 단계
스타트업이 4단계까지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면 이제는 특정 지표의 최적화보다는 전체 제품 시스템에 미치는 실험이나 새로운 기능의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의사결정을 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이 '해당 기능이 추가되거나 활성화됨에 따라 전체 시스템에 혹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는 무엇인가?' 등 시스템 관점에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단계다.
예를 들어 콘텐츠 플랫폼의 경우 사용자의 취향에 관련성이 높은 콘텐츠만 노출시킬 경우 필터 버블(Filter Bubble)을 발생시켜 장기적으로 민주주의 이념을 훼손시킬 가능성이 있다면, 이는 사용자의 체류시간 관점에서는 매우 적절한 의사결정이 될 수 있겠지만, 전체 시스템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지양해야 할 수 있다.
해당 단계를 건너 뛰면 예측하지 못한 부정적 외부효과에 직면할 수 있다.
이상 스타트업이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4단계 접근법에 대한 포스팅을 필자의 생각도 함께 포함해서 정리해봤다. 필자의 경우 극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당장 Google Analytics 사용법을 배우는 등 데이터 수집/분석에 리소스를 많이 할애하기 보다는 초기 고객군이 사랑할 만한 제품을 발견/창조하는데 집중해야 한다는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글이었다. 각자 상황에 맞는 인사이트를 얻기를 바라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 끝 -
린스프린트 대표 김정수 / jskim@leansprin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