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할 만한 가치가 있는 문제 정의하기
글쓴이가 극초기 창업팀들을 대상으로 멘토링하면서 항상 하는 질문 중 하나가 바로 '그래서 우리팀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는 무엇인가요?'이다.
만나는 팀마다 이 질문을 던지지만, 되돌아 보면 딱히 기억에 남는 답변을 했던 팀은 드문 것 같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아마 내가 멘토링했던 팀들이 준비하는 아이템에 대한 직접적 목표 고객이 아니어서 공감을 못하는 부분도 일부 있었겠지만,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 자체가 '해결할 만한 가치가 있겠다!'라는 임팩트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하여 이 부분에 대해 내 생각을 좀 정리해보고자 한다.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에 대해 임팩트가 없는 것을 차치하더라도 일부 창업자에 경우에는 '왜 자꾸 문제 정의를 요구하는지 모르겠다'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더 나아가 올바른 문제 정의가 스타트업을 시작하는데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소는 아니라고 여긴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정의하고 문제로부터 시작하는 것은 스타트업의 본질과 밀접하게 관련 있다는 점이다. 스타트업에 대한 여러 가지 정의 중에 와비파커(Warby Parker)의 공동창업자 닐 블루멘탈(Neil Blumenthal)은 스타트업을 '해결책이 명확하지 않은 영역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으로 정의했다. 그리고 린스타트업의 창업자 에릭 리스는 스타트업을 '극심한 불확실성 속에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창조하는 임시 조직'으로 정의했다. 이 두 가지 정의를 합하면, 결국 스타트업이란, '아직 뚜렷한 해결책이 존재하지 않은 영역에서 탁월한 문제해결을 위한 새로운 제품/서비스를 창조하는 조직'이라고 볼 수 있다.
아울러 Y-Combinator를 창업한 폴 그레이엄(Paul Graham)이 아주 예전에 쓴 에세이인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어떻게 얻을 것인가?(How to get startup ideas)에서도 올바른 문제 정의로 출발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왜냐면 문제가 아닌 제품 아이디어로부터 시작한 팀은 대개 아무도 원하지 않은 것을 만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왜 그렇게 많은 창업자가 아무도 원하지 않는 것을 만드는 걸까요? 창업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부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방식은 좋은 아이디어가 거의 나오지 않을 뿐 아니라, 그럴듯하게 들리는 나쁜 아이디어를 만들어내어 사람들을 속여 일을 진행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두 배로 위험합니다.
Why do so many founders build things no one wants? Because they begin by trying to think of startup ideas. That m.o. is doubly dangerous: it doesn't merely yield few good ideas; it yields bad ideas that sound plausible enough to fool you into working on them.
그래서 우리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제대로 정의하고 설득하는 것이 스타트업 시작을 준비하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럼 우리의 비즈니스 모델을 설득하는 자리에서 항상 듣는 질문(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무엇인가요?)에 대한 이상적인 답은 무엇일까?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무엇인가요?'의 요지는 무엇인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대해 핵심 이해관계자나 VC심사역이 듣고 싶어하는 내용은 단순히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지 그 자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만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지 감이 안 잡힐 경우에 문제에 대해 명확하게 정의해야 겠지만, 더 나아가서는 팀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해결할 만한 가치가 있는' 문제인지 설득해야 한다. 비즈니스 모델을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해결할 만한 가치가 있는 문제여부에 대해 명확하게 납득이 돼야 구체적인 제품에 대한 설명,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설명을 들을 준비가 된다. 만약 문제 자체에 대해 이해를 못 하거나 해결할 만한 가치가 없다고 판단이 든다면, 사실 그 이후의 이야기가 아무리 논리적으로 타당하더라도 매력적으로 다가가지 못한다.
그러므로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대한 이상적인 답은 '우리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는 해결할 만한 가치가 있는 문제다'이며, 관건은 우리의 답에 대해 질문자가 납득하는가이다.
'해결할 만한 가치가 있는' 문제는 어떤 문제인가?
그럼 어떤 문제가 해결할 만한 가치가 있는 문제일까?
이 질문에 대한 직관적인 답변을 해주는 매트릭스를 아래와 같이 소개한다.
문제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문제 자체의 심각성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보편성 등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그리고 2가지 기준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바라봤을 때 가장 이상적인 문제(즉, 해결할 만한 가치가 큰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겪고 있는 심각한 문제다. 문제의 보편성과 심각성이 무엇이고 어떤 기준으로 바라보고 판단할 수 있을지 살펴보겠다.
1. 보편성(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들의 수)
해결할 만한 가치가 있는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다.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의 숫자는 결국 시장 규모를 결정한다. 대개 시장 규모가 큰 비즈니스를 바라보면 객단가의 크기와 상관없이 불특정 다수가 빈번하게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비즈니스이다. 우리는 이를 흔히 '대중시장(Mass Market)'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대부분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겪는 문제라면 일단 해결할 만한 가치가 있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를 조금 더 살펴보면 그 안에 니즈, 문제의 강도 등은 천차만별이다. 그리고 이를 모두 아우를 수 있어야 거대한 시장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겠지만, 모두의 니즈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공급하고 알리기 위해서는 많은 자원이 요구된다.
그러나 대개 스타트업은 한정된 자원과 시간만 가지고 있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작부터 대중시장 전체를 목표로 할 수 없다. 그래서 초기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의 범위를 좁혀나갈 수밖에 없다.
2. 심각성(문제 자체가 주는 임팩트의 크기)
보편적인 문제로 시작했지만, 문제의 범위를 좁혀서 집중하다보면 결국 종착점은 소수가 겪는 '심각한' 문제에 도달하게 된다. 심각한 문제란,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 입장에서 그 문제가 그 사람의 삶에 현재 미치고 있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그것도 부정적인 의미로).
당연히 가벼운 문제보다 심각한 문제가 해결할 만한 가치가 있는 문제인 것이라고 했을 때 이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문제의 심각성을 판단하는데 활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도구는 문제를 쪼개서 각 항목마다 얼마나 임팩트가 있는지 분석(가급적이면 정량화하여 분석)하여 다시 합하는 방식이다.
개인적으로 문제의 강도, 심각성을 구성하는 요소에는 크게 6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문제의 강도를 판단한다는 것은 6가지 구성요소를 각자 정량화하여 이를 곱하거나 더하는 것으로 계산할 수 있다고 믿는다
문제의 강도를 구성하는 6가지 요소
1) 빈도 : 문제나 과업이 일어나는 빈도
2) 강도 : 문제나 과업 등이 한 번 일어날 때마다 임팩트의 크기 (고통의 크기 or 기타 어려움의 크기 등)
3) 리소스 : 문제나 과업을 해결/수행할 때 소요되는 비용, 시간, 노력 등
4) 복잡성 : 문제나 과업을 해결/수행하는 방식이나 프로세스의 복잡함 정도
5) 정서적/사회적 거리낌 : 문제나 과업에 대해 정서적 혹은 사회적으로 꺼려지는 느낌, 시선 등
6) 특수한 맥락 : 문제나 과업과 관련하여 놓여진 특수한 상황이나 조건, 제약 등
문제의 강도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는 문제가 발생하는 빈도와 한 번 발생할 때마다 얼마나 대미지(=고통) 주는 지다. 같은 강도의 문제라도 매일 3번씩 발생하는 문제와 1년에 1번만 발생하는 문제는 그 가치가 다르다. 그리고 발생할 때마다 일정 수준의 고통을 제공하더라도 문제가 발생하는 빈도가 너무 적다면 고객 입장에서 굳이 새로운 제품/서비스를 도입하여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을 안할 수 있다. 새로운 제품을 탐색하고 학습하고 적용하는데 소요되는 노력이 1년에 한 번 발생하는 문제가 주는 고통을 그냥 참는 것보다 오히려 크기 때문이다.
또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소요되는 리소스(시간, 노력, 비용)이 크거나 그 방식이 복잡하다면 고객은 관성에 따라 '가만히 있기'를 선택할 것이다. 아무리 효과가 좋은 솔루션이지만 매력적이지 않거나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을 수 있는 솔루션이라면 도입하는데 꺼려질 것이다. 그 밖에 합리성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는 특수한 맥락이 고객에게 놓여질 수도 있다.
그래서 초기 창업자가 문제를 정의하고 이 문제가 존재하는지 실제 고객을 대상으로 검증할 때 단순히 문제의 유무만 검증할 것이 아니라 6가지 기준에서 얼마나 문제가 심각한 지 검증하는 것도 병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제의 심각성(= 빈도 x 강도 x 리소스 x 복잡성 x 정서적/사회적 거리낌 + 특수한 맥락)을 고려했을 때 매우 심각해서 적절한 해결책만 인지하면 곧바로 고객이 사용할 가능성이 높은 문제는 대개 특정 소수만의 문제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시장을 리드하고 있는 플레이어(직접 or 간접 경쟁자)가 외면하고 있을 것이고, 이런 외면이 이제 막 시작하는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기회로써 작용된다.
이를 우리는 틈새시장(Niche Market)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스타트업은 대개 이런 시장에서 시작하여 최대한 독점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3. + 확장가능성(고객군 & 제품군)
소수의 아주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인 이상적인 스타트업 스토리다. 하지만 문제는 최초 진입하는 시장만으로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만들어낼 수 없다는 점이다. 만약 투자유치를 통해 제품을 만들고 출시하고 성장하고자 하는 스타트업이라면 더더욱 지속가능하고 빠른 성장세를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를 가능케하는 것은 바로 시장의 확대, 확장이다.
그래서 초기 창업자가 정의하는 문제 또한 뾰족한 하나의 문제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빠르게 인접으로 확장할 수 있는 동태성(動態性)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마치 목표 시장이 확장하고 확대되듯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 또한 확장돼야 한다.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확장하는 방향은 시장의 확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바로 고객군, 제품군 그리고 지역의 확장이다. 특정 고객군의 문제에서 보다 다수 고객군이 겪는 문제로의 확장, 기능의 확장을 야기하는 문제 범위의 확장, 그리고 국내 고객만 겪고 있는 문제에서 글로벌 고객이 겪는 문제로의 확장 등이다.
소수의 심각한 문제에서 시작하지만, 확장할 수 없다면, 결국 Product-Market Fit을 달성하지 못한다. Product-Market Fit은 단순히 고객이 제품을 사랑하는 것을 넘어서 대규모의 수요에 즉시 충족시켜줌으로써 유의미한 매출과 이익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창업자가 정의해야 하는 문제는 초기에 소수의 매우 뾰족한, 그래서 간절히 솔루션을 원하는 문제로 시작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모든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로 일관된 방향으로 진화할 수 있어야 한다. 아마 그 과정에서 캐즘(Chasm)을 경험할 것이고 이는 전술적인 노력으로 극복해야 할 것이다.
"결국 핵심은 OO같은 문제를 정의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해결할 만한 가치가 있는 문제는 어떤 문제인가? 처음에는 소수이지만 매우 높은 강도를 지닌 고객의 문제, 니즈에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점점 고객군을 확대해나감으로써 보다 보편적인 니즈까지 충족시킬 수 있도록 제품의 범위를 확대해나가야 한다.
그럼 창업자(팀)가 최초에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는 얼마나 강력한 니즈를 지닌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가? 이에 대해 폴 그레이엄은 2가지 유형이 있다고 설명한다. 첫 번째는 곧바로 넓지만 앝은 니즈의 문제가 있고, 두 번째는 좁지만 강력한 니즈의 문제가 있다.
이상적인 문제는 좁지만 매우 강도가 높은 니즈의 문제에 집중한 후 점진적으로 확장하는 것을 택해야 한다. 이런 문제는 마치 우물(Well)과 같은데 그 이유는 니즈의 강도와 사람의 숫자를 나타낸 그래프를 뒤집어봤을 때 좁지만 높은 강도의 문제에서 시작하는 그래프가 마치 속이 깊은 우물같은 모양이기 때문이다
최종 정리하자면, 창업자는 시작하기 전에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명확하게 정의해야 한다. 이때 단순히 문제를 정의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문제가 해결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하는데 대개 해결할 만한 가치가 있는 문제는 좁지만 매우 강도가 높은 뾰족한 문제에서 시작하여 점점 보편적인 문제로 확대하는 '우물'과 같은 문제라는 사실이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정의하고 탐색하는 다양한 관점을 소개하고자 한다.
- 끝 -
린스프린트 김정수 대표 / jskim@leansprin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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