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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스타트업을 위한 직관적인 시장 규모 스토리텔링 접근법

by 린스프린트 2021. 3. 4.

해가 바뀌고 예비창업자 또는 초기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사업화 지원/투자 지원 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나오면서 많은 초기 창업자들이 비즈니스 모델을 설득하기 위한 IR 자료를 만들고 업데이트하고 있다. 

 

나 또한 주변의 몇몇 창업자들의 IR 자료를 다시 한번 살펴보면서 아는 범위 내에서 여러 가지 피드백을 주고 있는데, 대부분 IR 자료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바로 '시장 규모'다.

 

전체를 다 포괄할 수 없겠지만, 초기 스타트업의 IR 자료에서 나타나는 '시장(규모)'와 관련한 문제들을 범주화하면 아래 3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1. 창업자가 제시한 시장 규모를 납득하기 어렵다.
  2. (투자를 받아가며 사업을 키우기에) 시장 규모가 너무 적다.
  3. 창업자가 정의한 시장 정의를 납득하기 어렵다.

 

물론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시장, 시장 정의 및 규모와 관련해 여러가지 문제들이 있겠지만 그런 일부 예외 사례는 잠시 접어두고 위에서 정의한 초기 스타트업의 IR 사업계획서에서 나타나는 시장과 관련한 3가지 문제에 대해서 창업자는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필자의 주관적 의견을 정리하고자 한다.

 

1. 창업자가 제시한 시장 규모를 납득하기 어렵다.

"우리 시장의 SOM(Serviceable Obtainable Market)은 500억 원, SAM(Serviceable Available Market)은 4,000억 원, TAM(Total Addressable Market)은 2조 원입니다"
"우리가 주로 목표로 하는 XXX산업의 전체 시장은 1년에 5조 원 규모이며, 이 중 약 20%인 1조 원가량이 실질적인 우리의 시장 규모입니다"

사업계획서에 정리된 방식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대부분 초기 창업자가 시장을 정의하고, 시장 규모를 이야기하는 방식이다. 보통 초기 창업자는 자신이 목표로 하는 시장의 규모를 '금액' 기준으로 표현하는데 단순히 금액만 얘기할 경우 쉽게 납득할 수 없다. 왜냐하면 대개 창업자가 목표로 하는 시장은 전에는 없던 '신규'시장이기 때문이다. 신규 시장에 대한 규모는 이전에 아무도 조사한 적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Google에 아무리 검색해봤자 결과값이 나오지 않는다.

 

검색해도 시장 규모가 나오지 않으면, 결국 창업자 본인이 스스로의 논리를 기반으로 합리적으로 시장 규모를 '추정'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 규모를 추정한 논리는 배제한 채 그 결과값인 규모만 액수로 얘기한다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창업자가 제시한 시장 규모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은 그 규모를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논리로 그 규모가 도출됐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초기 창업자는 자신이 목표로 하는 시장 규모를 얘기할 때는 그 규모가 어떻게 산출됐는지를 같이 얘기해야 한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시장의 규모를 추정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논리적 문제해결 방법론이 적용된다. '페르미 추정'도 그 방법 중 하나다. 간혹 페르미 추정법을 활용하여 온갖 복잡한 산식으로 시장규모를 산출하고 설명하는데 이런 경우에도 여전히 시장 규모를 납득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산식이 너무 복잡해서.

 

시장 규모 추정을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결국 시장 규모는 '구매자의 총합 x (연간)객단가'로 계산할 수 있다. 우리는 이런 계산의 근거를 알고 싶다. 창업자가 목표로 하는 시장에는 잠재 구매자가 얼마나 있고, 이들이 연간 얼마의 금액을 제품/서비스를 구매하는 데 사용할 지에 대한 계산을 보고 싶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전체 산업에서 얼마(%)를 임의로 우리 시장으로 배정(정의)하거나, 온갖 다채로운 산식으로 시장 규모를 '숫자'로만 표현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뉴욕의 테이크 커피 시장 규모 추정 예시 : 결국 핵심은 구매자의 총합(#People)과 연간 객단가('#of cups/person/year' x 'price/cup') 간 곱셈 (https://igotanoffer.com/blogs/mckinsey-case-interview-blog/market-sizing)

 

2. (투자를 받아가며 사업을 키우기에) 시장 규모가 너무 적다.

초기 창업자가 제시한 시장 규모의 두번째 문제점은 '투자를 받아가며 사업을 키우기에 시장 규모가 너무 작다'이다. 이 문제의 포인트는 '투자를 받아가며 사업을 키우기에'다. 

 

사실 사업을 시작함에 있어 시장 규모가 무조건 클 필요는 없다. 우리 주변의 대다수 사업을 보면 큰 시장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우리 주변에 무수히 많은 카페, 식당, 세탁소 등 소상공인들을 보면 수십수백억 시장을 목표로 사업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융통할 수 있는 돈을 투자해서 창업했고, 사업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큰 투자 없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만들며 창업자 본인과 가족, 그리고 소수 직원이 먹고살만하면 된다. 이런 창업은 시장 규모가 크지 않아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사업을 시작하고 확장하는데 있어서 스스로 융통할 수 있는 돈이 아닌 외부 투자자로부터 막대한 자금을 유치하고자 할 경우 문제가 된다. 투자자는 창업자의 사업계획에 본인이 리스크를 짊어지고 투자를 한다. 근데 그 리스크가 많이 크다. 미국의 스타트업 전문 DB사이트인 CB Insights에 따르면 미국에 시드투자를 받은 1,100여 개의 스타트업 중 67%가량이 망하거나 겨우 스스로 생존하는 수준으로 투자금의 대한 Exit에 실패한다고 한다. 

 

 

출처 : https://www.cbinsights.com/research/venture-capital-funnel-2/

이제 갓 창업한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를 한다는 것은 보통 투자금의 원금도 돌려받지 못할 경우가 70%가 기본인 매우 위험한 투자다. 그렇기 때문에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투자자는 5~6년에 걸쳐 원금의 2~3배를 기대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보통 벤처캐피탈에서 펀드 하나가 조성되면 하나의 기업에 몰빵하는 것이 아니라 10개 내외의 기업에 나눠서 투자하며 나름이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데, 이 10개 중 절반 이상은 원금을 회수 못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1~2개 투자 기업에서의 수익으로 우수한 수익률로 만들어서 출자자에게 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특히 초기 단계 투자자의 경우 개별 투자건에 대해 최소 10배 이상의 회수가 기대되는 기업에 대해 투자할 수밖에 없다.

 

10개 기업에 1억 원씩 투자했다고 가정했을 때 해당 펀드의 8년 간 연평균 수익률이 20%가 되기 위해서는 30배, 10배 대박난 투자 케이스가 존재해야 한다.

내가 투자한 기업이 4~5년 뒤에 최소 10배 이상의 기업가치로 성장할 수 있으려면 어떤 조건이어야 할까? 굉장히 많은 조건들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해당 기업이 목표로 하는 시장이 기업가치 10배, 20배 이상 성장할 만한 매출/이익을 만들 수 있는 규모를 갖추고 있느냐이다.

 

예를 들어 Post Money(투자 후 기업가치) 50억 원에 10억 원을 투자를 한다고 가정해보자. 해당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특성상 영업이익률이 20% 정도 되며, 기업가치 산정은 간단하게 PER 10으로 계산한다. 그럼 5년 후에 기업가치가 500억 원이 되려면 영업이익이 50억 원 내외가 돼야 한다. 20%의 영업이익률로 영업이익 50억 원을 만들기 위해서는 매출액은 250억 원이 필요하다. 기업이 아무리 경쟁을 잘해도 스타트업이 전체 시장의 100%를 점유하기는 힘들 것이다. 합리적으로 20%의 시장 점유율을 5년 뒤에 할 것 같다고 보면 5년 뒤 해당 시장의 규모는 최소 1,250억 원(=250억 원 / 20%) 돼야 회수 계획이 논리적으로 말이 된다. 

 

그런데 이 케이스에서 해당 기업이 목표로 한 시장 규모가 아무리 잘 잡아도 500억 원이라면...? 이 경우에 기업가치 50억 원에 10억 원을 투자하려는 투자자는 아마 없을 것이다. 

 

정리하면, 창업기업에게 반드시 거대한 시장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투자를 받아가면서 지속적으로 성장시키고자 하는 전략을 가진 스타트업에게는 투자자가 기대하는 수익률로 회수할 만한 규모의 시장을 목표로 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기관투자자로부터 지속적으로 투자를 받아가면서 성장하고자 하는 스타트업이라면 최소 목표 시장의 규모는 1,000억 원 이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목표 시장은 TAM-SAM-SOM 프레임워크에서의 SOM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4~5년 뒤 스타트업이 목표로 사업하는 시장의 규모는 최소 1,000억 원이 돼야 10~20억 원의 초기 투자를 논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1,000억 원 시장에서 20%를 점유하면 200억 원 매출, 매출액의 20%를 영업이익으로 잡으면 40억 원 영업이익. 여기에 PER 15 정도를 적용한다고 하면 기업가치 600억 원. 4~5년 후 기업가치 500~600억 원을 만들 수 있는 여력이 있어야 50~100억 원 밸류에 투자할 여력이 생긴다고 본다. 물론 500~600억 원의 기업가치도 중간에 거쳐가는 단계에서의 규모이지 궁극적인 기업가치는 훨씬 커야겠지만.

 

1,000억 원의 시장 규모를 만들기 위한 조건은 어떻게 될까? 이에 미국의 벤처캐피탈 Point Nine Capital의 파트너인 Christoph Janz는 2014년 '1억 달러짜리 비즈니스를 만드는 방법'이라는 글을 통해 1,000억 원(약 1억 달러) 짜리 비즈니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8가지 고객 유형을 사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연간 객단가를 $1을 창출하는 고객을 동물로 비유하면 미생물로 1억 명의 유료 고객(활성 이용자)이 존재해야 $1억의 매출을 만들 수 있다. 유료 고객(또는 활성 이용자)이 1억 명이 존재하려면 최소 시장에 2~3억 명의 총이용자가 포진해야 한다. 

 

반면 연간 매출 $10만을 만들어낼 수 있는 코끼리같은 고객을 목표로 한다면 유료 고객 1,000명만 확보하면 된다. 1,000명의 유료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략 10,000여 명의 총 고객 수를 지녀야 할 것이다.

 

1억 달러 규모 비즈니스를 구축하는 8가지 방법 (http://christophjanz.blogspot.com/2014/11/three-more-ways-to-build-100-million.html)

 

이를 1,000억 원짜리 시장규모를 계산하는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 고객당 연간 10만 원의 매출을 만들 수 있는 비즈니스는 시장에 고객이 100만 명 존재하면 1,000억 원짜리 시장이 되는 것이고, 고객당 연간 1,000만 원의 매출을 만들 수 있는 비즈니스는 시장에 고객이 1만 명 이상 존재하면 1,000억 원짜리 시장이 존재하는 것이다.

 

투자유치를 전제로 한다면 우리가 목표로 하는 시장 규모가 최소 1,000억 원이 되는지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

 

물론 당장 1,000억 원의 시장을 목표로 하라는 것은 아니다. 시장은 진화한다. 비즈니스 모델 또한 마찬가지로 진화한다. 당장 오늘 10억 원짜리 시장을 목표로 한다고 3년 후에도 여전히 10억 원짜리 시장에만 집중하라는 법은 없다. 비즈니스 모델이 진화하고 고객군과 제품 라인이 확장됨에 따라 시장도 확장될 것이다.

 

 목표 시장은 언제나 확장해야 한다(https://www.reforge.com/the-road-to-100m/)

 

중요한 것은 초기 스타트업이라면 중간에 최소 1,000억 원 규모의 시장을 거쳐간다는 '시장 확대 전략' 같이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시장 확대 전략이 있겠지만, 유형별로 정리하면 대개 아래 4가지 케이스에 귀결될 것이다.

정리하자면, 투자유치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계획에는 일정 규모 이상의 시장 규모가 받쳐줘야 한다. 그런데 그 시장 규모가 당장 1차 목표 시장이 아니어도 된다. 우리 회사의 궁극적인 목표의 중간 단계로 최소 1,000억 원 이상의 기회가 존재하는 시장을 보여줘야 한다. 

 

3. 창업자가 정의한 시장 정의를 납득하기 어렵다.

마지막은 창업자가 정의한 시장자체를 납득할 수 없다는 문제점이다. 이 문제는 간단하다. 창업자가 얘기하는 비즈니스 모델(가치모델 + 수익모델)과 시장 간 정렬이 맞지 않는 경우다. 특히 수익모델과 시장 간 정렬.

 

예를 들어 창업자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주 수익원은 '광고'인데, 시장 정의 및 규모는 광고가 아닌 다른 시장을 정의하거나 비즈니스 모델 상 구매자와 이용자가 상이한 경우 이용자에 초점을 맞춰서 시장을 정의하고 그 규모를 산정하는 경우 쉽게 와닿지 않는다.

 

그리고 드물지만 창업자가 정의한 시장 정의를 납득하기 어려운 경우는 애초에 창업자의 고객가치제안에 설득되지 않은 경우다. 창업자가 얘기하는 고객 정의와 고객이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를 쓸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전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면 창업자가 뒤에서 제시하는 시장 규모를 비롯한 다양한 얘기가 귀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마치 에어비앤비가 초반에 무수한 투자자들로부터 '누가 호텔대신 남의 방을 돈주고 가서 자겠어'라는 고객가치제안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받은 것과 흡사하다. 이런 경우에는 방법이 없다. 정말 창업자의 고객가치제안이 제대로 작동한다면(혹은 그렇게 믿는다면) 근거를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그 근거는 보통 고객 후기나 고객 지표라는 이름으로 표현된다.

 

이상 초기 스타트업의 다양한 IR자료를 보면서 마주친 시장 규모에 대한 문제점을 내 나름의 기준으로 분류하고 어떤 스토리텔링으로 풀어야 하는지 정리했다. 물론 사람마다 비즈니스 모델을 평가하고 판단하는 기준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은 비슷한 생각을 한다는 것을 염두하면서 시장 정의와 규모 추정을 잘 정리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포스팅을 마무리한다.

 

 

[참조자료]

- Five ways to build a $100 million business : christophjanz.blogspot.com/2014/10/five-ways-to-build-100-million-business.html

- Three more ways to build a $100 million business : christophjanz.blogspot.com/2014/11/three-more-ways-to-build-100-million.html

- 시장 정의 및 규모 추정 프레임워크 : acquiredentrepreneur.tistory.com/39

 

 

- 끝 - 

린스프린트 김정수 대표 / jskim@leansprin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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